에커드 웨버 “BT가 IT보다 수익률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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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강심장도 바이오벤처기업 투자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투자 회수기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새로 개발한 물질이나 의료기기를 제품화하기 위해선 각종 가이드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역경을 딛고 바이오벤처 투자업계의 거물로 손꼽히는 인물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가 있는 도메인어소시에이츠의 파트너인 에커드 웨버(58·사진) 박사다. 그는 “미국 벤처캐피털을 조사한 결과 바이오기술(BT) 기업에 투자해 얻은 평균수익률이 정보기술(IT) 벤처 투자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조원을 운용 중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 초에도 5억 달러(약 5500억원)의 8호 펀드를 모집하는 데 성공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독일 울름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1985년부터 도메인어소시에이츠와 인연을 맺은 뒤 26년간 바이오벤처 캐피털에서 일해왔다. 그는 투자대상 기업이나 신약물질을 볼 때 세 가지를 유심히 본다고 했다. 첫째가 기술이고, 둘째는 시장, 셋째는 경영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특허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술의 난이도를 주로 본다. 그 다음은 매출을 충분히 일으킬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프로젝트당 2000만∼1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적절한 배수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다. 기술만 좋다고 성공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성공시킨 톱매니저일수록 투자수익은 올라간다.”

 그는 주로 일본의 신약물질로 많은 성공을 거뒀다. 그는 “일본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를 상품화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며 “우리는 그런 점을 보완해 주면서 공동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도메인어소시에이츠는 차병원그룹이 출자한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한국 내에서 투자할 만한 BT기업을 물색 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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