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린 채 전 부치고, 오래 서서 설거지하다가 ‘아이고 허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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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면 갑자기 늘어난 부엌일로 손목·척추·무릎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이 는다. [중앙포토]

여성들의 ‘관절’은 명절이 반갑지 않다. 차례상과 손님 맞이 준비에 관절이 쉴 틈이 없다. 전 부치기·설거지 등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반복되는 신체활동은 없던 관절병도 만들 수 있다. 주로 손목·척추·무릎 세 곳의 관절에 많이 나타난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는 “경직된 자세로 반복적인 일을 지속하면 근육통은 물론 신경도 자극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과사용 증후군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관절병이 있는 여성은 추운 날씨까지 겹쳐 부종과 통증이 악화할 수 있다. 설에 여성을 괴롭히는 ‘3대 관절통’의 증상과 예방법을 알아보자.

칼질 심하게 하면 손목터널증후군 생겨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은 설이면 더 바빠진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 박세혁 교수는 “칼질·프라이팬 사용·전 부치기로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손목터널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목에는 뼈와 손목을 가로지르는 인대로 둘러싸인 작은 터널이 있다. 터널 안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손가락 감각을 주관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손목을 혹사시켜 손목 인대가 부으면 터널 안의 압력이 높아져 정중신경을 눌러 발생한다.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40~60대 여성에게서 많다. 엄지손가락부터 약지까지 네 손가락 끝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진다. 특히 밤에 심한데 잠에서 깨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붓고 손가락이 뻣뻣하다.

 몸의 기둥인 척추의 통증은 주로 허리뼈와 목뼈에서 발생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는 “허리뼈 통증은 서 있을 때보다 하중이 엉덩이 쪽에 집중되는 앉아서 일할 때 나타난다”며 “목뼈 통증은 설거지·전 부치기 등으로 계속 고개를 숙이면 찾아온다”고 말했다.

 무릎관절에는 쪼그리고 앉는 자세가 독이다. 서경묵 교수는 “특히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여성이 장시간 쪼그려 앉으면 관절 속의 압력이 높아져서 통증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만약 다리를 뻗고 누워 있을 때 관절에 미치는 위험도를 0으로 본다면 양반다리 20, 서 있을 때 25, 쪼그린 자세로 손 걸레질 50이다.

틈틈이 스트레칭 … 자세 바꿔줘야

스트레칭은 관절통 예방의 ‘특효약’이다. 30분~1시간마다 근육과 관절을 풀어준다.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하는 것을 피하고, 수시로 자세를 바꾼다.

 손목터널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손목을 적게 사용한다. 박세혁 교수는 “손목을 반복적으로 움직여야 할 동작에는 팔꿈치를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뼈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30분 정도 설거지를 하면 힘들다. 서경묵 교수는 “설거지 할 때 발밑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교대로 다리를 올려 무릎을 구부리면 허리 근육의 긴장이 준다”고 말했다. 목뼈는 10분마다 한 번씩 전후좌우로 움직여 풀어준다.

 무릎관절의 부담을 줄이려면 양반다리와 쪼그려 앉는 자세를 피한다. 간이 의자나 받침에 걸터앉고 틈날 때마다 다리를 쭉 펴준다.

 설 때 겪는 관절통은 대부분 급성으로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서경묵 교수는 “급성통증에는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관절이 붓고 피로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해도 관절통이 남아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강윤규 교수는 “찜질을 하고 진통제를 복용해도 관절통이 지속하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긴 급성활액막염, 근육에 피로물질이 싸여 생기는 근막통 증후군은 수개월간 이어지기도 한다.

 박세혁 교수는 “손목터널 증후군은 손목 부위를 약 1㎝ 절개한 다음 내시경을 삽입해 신경을 누르고 있는 인대를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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