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글은 왜 핵심 인재들을 놓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구글에서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고 한다. 구글이 어떤 회사인가. 1997년 검색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13년 된 신생기업이다.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다 빨아들인다 해서 인재의 블랙홀로도 불린다. 하지만 벌써 달이 찼나 보다. “구글은 이제 느려졌다. 대신 여기는 빠르다.” 구글을 떠나 페이스북으로 옮긴 이들이 말하는 이직 사유다. 뭐가 느리고 뭐가 빠른가. 의사결정이다.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파티 같은 토론이 벌어지고, 괜찮다 싶으면 곧 실행팀이 꾸려진다. 사실 구글은 지금도 이런 평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비하면 아닌가 보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덩치가 커지면서 관료주의가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구글 직원은 2만 명이 넘는다.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모든 개발 프로젝트 일정을 담당 엔지니어가 직접 결정하는 반면 구글에선 그런 일을 국장급이나 임원이 한다고 한다. 현재 페이스북 임직원 2000명 가운데 7%(137명)가 구글 출신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세계적인 광고 플랫폼이 된 애드센스를 비롯해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 개발자도 포함돼 있다.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 라스 라스무센도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으로 옮겼다. 그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열정적인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구글은 전 직원의 보수를 최소 10% 올려주고 휴가 때는 휴가비도 지급하기로 했다. 돈으로 저지될지 의문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내로라하는 젊은이들은 직장 선택에서 월급보다 더 중시하는 요소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끼를 얼마나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느냐다. 회의만 많고 의사결정은 더딘 조직에서는 창의성이 살아 숨쉬기 어렵다. 구글의 경영철학 10개 가운데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낫다’는 항목도 있다. 이런 회사에서 핵심 인력들이 느린 것에 염증을 느끼고 경쟁사로 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유연성과 창의성이 필수 덕목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모든 조직의 리더가 항상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