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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한샘 팀장급 107명 ‘모간산루’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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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지영
경제부문 기자

종합 홈인테리어기업 한샘의 팀장급 이상 107명 전원이 이달 초 2박3일간 중국 상하이로 날아갔다. 임원들은 물론 최양하 회장과 조창걸 명예회장도 함께였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비행기도 두 대에 나눠 탔다. 현지에서는 관광버스 3대를 동원했다.

일정 중 하루는 온전히 상하이의 전통 주택양식인 스쿠먼(石庫門·석고문)과 방직공장 지대를 신흥 미술작가의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바꾼 모간산루(莫干山路·모간산로)를 살펴보는 등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이나 일부 간부들의 현장조사차 10여 명을 중국으로 보내는 회사는 많다. 하지만 팀장급 전원이 동시에 중국을 배우러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조 명예회장은 “중국을 시장으로만 봐 어설프게 진출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역사와 문화, 중국인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올해 중국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만든다. 본격적인 진출은 2013년에야 할 예정이다. 올해부턴 한류 드라마 지원 같은 콘텐트 제작과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한샘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최양하 회장은 “중국시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잘 준비하고 나가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바로 알자’는 바람이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초기에 시장을 잘 모르고 덤볐던 기업들은 몇 년째 적자 폭이 늘어나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게다가 중국시장에선 이미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준비가 필수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낸 이랜드 중국법인 직원들은 진출 초 6개월간 200여 개 도시를 발로 뛰어 조사했다. 주재원 자녀 모두를 일부러 중국인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수출 1000억원을 돌파한 유한킴벌리도 대형마트 진출 전에 유아용품 전문점부터 공략했다. 거대 중국시장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현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국 기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지영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