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잡이 어민들 이중고…어획량 줄었으나 값 작년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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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잡이 어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속살이 차지 않은 대게까지 잡으면서 값이 싼데다 일본어선에 의한 그물훼손 때문이다.

지난 1일 포획금지가 풀린 뒤 포항 영일수협에 위판되는 대게 값은 보통 마리당 2만~3만원선.
)최고값도 4만2천원 정도다. 이는 작년 이맘때의 5만~6만원선, 최고 8만원선의 절반 수준이다.

어획량도 하루 2~3척이 잡아오는 3천~4천여마리여서 지난해의 30% 수준밖에 안된다. 대게잡이 주요 어장이었던 일본 오키군도 근해가 한.일어업협정으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돼 어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민들은 요즘 북위 36도58분~37도40분, 동경 1백32도38분~1백33도20분까지 대화퇴 남쪽이나 한.일 중간수역인 독도남방 해역에 주로 진출하고 있다.

영일수협 관계자는 "대게가 아직 살이 차지 않아 수요가 적어 값이 싼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어민들은 또 일본어선들의 그물훼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일간 대게잡이 방식이 틀린데다 일본어민들이 공공연히 그물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

우리 어민들은 길이 80m 높이 3m50㎝ 1폭짜리 그물 40개를 1틀로 해 모두 15틀 정도의 그물(저자망)을 쳐 4~5일에 한번 그물을 들어올려 대게를 잡는다.

그러나 일본어민들은 그물을 끄는 형태(저인망)로 대게를 잡는다. 지금까지 구룡포 근해자망선주협회(회장 김경호)소속 어민들의 그물피해는 3백폭 정도.

폭당 그물 구입비가 9만원 정도여서 직접적인 피해액은 2천7백만원이지만 그물수리와 재출어비용.어획차질 등을 따지면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자망선주협회는 "일본 저인망 어선 20~30척이 집단으로 몰려와 우리 어선들의 어구를 마구 훼손하고 있어 막대한 손실과 어로행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며 "오는 12월까지 2개월만이라도 어업지도선을 조업구역에 배치해 달라" 고 해양수산부에 요구해놓고 있다.

협회 최은화(崔恩華)총무는 "대게자원이 고갈되고 어장이 축소되면서 우리 어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속살이 차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대게를 잡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며 어선감척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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