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신분도용, 미주한인들 '속타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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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에서 유학 중인 한인 원모(31)씨는 최근 재미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확인 사이트(www.sitecheck.co.kr)에 자신의 정보를 넣어본 결과, 가입한 적이 없는 사이트 8곳에서 주민번호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 씨는 해당 사이트들에 전화를 해 신분도용을 알렸으나 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주민등록초본을 보내라"는 답변을 듣고 해결을 반쯤 포기한 상태다.

#. LA에서 5년째 유학 중인 한인 목영진(28)씨는 최근 한국에 계신 부모를 통해 크레딧 카드 연체금 3000만원을 갚으라는 은행의 통보를 받았다. 한국에서 크레딧 카드를 만든 적이 없던 목 씨는 은행에 확인한 결과 전혀 신청한 바 없는 카드 2장이 지난 2010년 중반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해당 은행에 신분 도용을 알리고 처리를 부탁했으나 "직접 은행으로 찾아와 신분 도용을 증명하고 해결하라"는 은행 측의 답변을 받았다.

목 씨는 "한국에서도 해결이 어려운데 타지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신분도용 문제를 해결하려니 정말 너무나 짜증나고 힘들다"며 "피해액이 적지 않아 직접 한국에 들어가서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주의 한인들이 한국에서 신분을 도용당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들이 이 같은 문제를 겪는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 카드회사나 웹사이트들이 신분 도용 해결을 위해 피해자에게 직접 방문이나 주민등록초본 제출 등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하기 쉽지 않은 방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초본 발급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발급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발급된 공인 인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주의 한인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의 어려움 속에 한국에서의 주민등록 도용 사례는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선 타인의 주민번호를 얻어낼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생성기를 온라인 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이 같은 주민번호 도용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성인에게만 가입을 허용하는 온라인 게임사이트에 들어가려는 미성년자들이 사용하지만 크레딧카드의 발급에도 쉽게 쓰일 수 있다.

원 씨는 "사이트 관계자는 '아마 주민번호생성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해결을 위해선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아 보내라고 하더라"며 "몇 번 해결을 시도했다가 안되서 그냥 한국에 들어가서 해결하려고 내버려두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게임 웹사이트 관계자는 "외국에 거주중인 한인들의 어려움은 알지만 그렇다고 쉽게 해지를 허용할 경우 3자에 의한 이용 해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LA중앙일보= 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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