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비켜라 용병'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골밑을 내주고 설 자리를 잃었던 국내 선수들이 '고토 회복' 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국내 선수들이 부쩍 늘어난 것. 지난달 투어챔피언십 이후 나타난 이 흐름은 올시즌 판도를 결정할 중대 변수이기도 하다.

이창수(삼성). 박훈근(LG)은 주전 자리를 굳히며 서장훈.현주엽(이상 SK) 못지않은 국내 센터의 간판으로 발돋움했다. 김동언(기아).김재훈(현대).전수훈(신세기) 등은 교체멤버로서 높은 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창수의 변신은 눈부시다. 지난 시즌까지 간염 후유증에 시달렸으나 올시즌 들어 경희대 재학시절의 투지와 기량이 살아났다. 9일 신세기와의 홈경기에서는 결정적인 가로채기 2개를 성공시켜 승리의 주역이 됐다.

3쿼터 중반 과감한 슬라이딩으로 신세기 볼을 빼앗아 역전의 기회를 만들었고 종료 4초전에는 동점 또는 역전을 노린 신세기의 긴 패스를 인터셉트, 2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창수는 신세기의 워렌 로즈그린과도 멋진 승부를 했다.

지난 시즌 경기당 20득점대를 기록한 로즈그린은 이날 16득점했지만 이창수의 마크를 받는 동안은 8득점에 그쳤다.

박훈근은 9일 SBS전에서 19득점, 양희승(21득점) 다음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리바운드(9개)는 동료 마일로 브룩스(7개)보다 많았고 기용시간도 40분 풀타임이었다.

국내 포스트맨들의 선전은 프로 출범후 4시즌째를 맞으며 외국인 선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증거다. 운동능력과 테크닉이 뒤지기는 해도 한국농구 특유의 융통성을 살려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만큼 초창기처럼 외국인 선수들이 일방통행할 수는 없을 것" 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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