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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 호르몬 관리] 어느날부턴가 우울한 기분…에스트로겐이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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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갱년기가 되면 피부의 콜라겐이 감소해 주름이 많아진다. [중앙포토]


여자 나이 쉰이 되면 건강의 기로에 선다. 이때를 고비로 노화가 빨라지고 병치레가 잦아진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갱년기. 중년여성의 대부분은 무방비 상태로 이 시기를 맞는다. 자식과 남편·부모 등 가족 건강만 챙기다가 정작 본인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3.8세(통계청 2009년 생명표). 이후로도 30여 년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 노년기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꽃피우려면 40~50대의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70% 안면홍조 경험 … 수족냉증도 심해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고, 난소가 노화해 기능을 멈춘다. 갱년기 증상은 이르면 폐경 10년 전부터 시작해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된다.

 흔한 증상은 안면홍조다. 중년여성 10명 중 7명이 경험할 정도다. 차의과학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혈관이 확장돼 혈류가 늘어나면 열이 나고 피부가 붉어진다”며 “식은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혈액순환장애로 수족냉증이나 손발 저림도 나타난다. 에스트로겐과 상호작용하던 세로토닌·도파민·아드레날린 등 뇌 신경전달물질도 혼란을 겪는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편두통이 발생한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밀려오고 월경 전 증후군처럼 극심한 기분변화를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석류는 너무 미량 함유 … 효과 보기 어려워

전 원장은 “몸에서 줄어든 호르몬을 보충하면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합성 에스트로겐이나 승마·이소플라본과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있다. 전 원장은 “합성 에스트로겐은 효과가 빠르고 강한 대신 부작용 가능성이 큰 반면,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효과가 약한 대신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합성 호르몬제제는 2002년 미국의사협회지에 유방암·심장질환·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부작용 논란을 불렀다. 이후 의학계는 추가 연구를 통해 위험요소가 있지만 치료로 얻는 효과가 더 크므로 5년 이내로 사용하면 무방하다고 권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8년 ‘이소플라본의 주요 성분인 제니스테인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식품안전위원회는 이소플라본의 하루 최대섭취량을 3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TV 건강 프로그램 ‘비타민’ 출연자였던 권오중(유방외과) 박사는 “석류에 든 에스트로겐 물질은 매우 미량이라 효과를 보기 어렵고, 승마는 간 손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백수오 추출물,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

최근 약용식물인 백수오 추출물이 주목받고 있다. 백수오는 쥐를 대상으로 한 2개 실험에서 자궁의 중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대퇴골밀도를 증가시켰다(식품과학지·실험동물학회지 2008). 또 암 발생과 관련된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결합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국내에서 개발된 것이 백수오 복합추출물이다. 속단과 당귀 뿌리 추출물을 더해 인체 내 에스트로겐 활성을 높인 것.

 이를 개발한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는 “천연 에스트로겐 유사 복합물질이 에스트로겐의 부작용을 억제하면서 좋은 기능은 항진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백수오 복합추출물은 지난해 미국 특허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건강 기능성 신소재(NDI)로 안전성 승인을 받았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프렌즈메디컬그룹은 2009년 4월부터 12주간 중증 갱년기 증상의 여성 6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 쪽은 매일 514㎎의 백수오 복합추출물을 투여하고, 대조군에는 같은 양의 가짜약을 처방했다.

 그 결과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사용군에선 12개 항목의 갱년기 증상(쿠퍼만 지수) 중 어지럼증·근관절통·개미환각·안면홍조·질건조증·신경과민 등 10개 항목에서 61.6%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권 박사는 “기존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증상 개선이 2~5가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큰 차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5월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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