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변화구 능력 크게 열세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6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구를 익히는 것이 최우선과제로 떠올랐다.

`99한일프로야구 수퍼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대표팀은 일본 투수들의 다양하고 현란한 변화구에 번번이 헛손질을 하고 감탄사만 늘어놓고 있다.

빠른 볼스피드를 가장 중요시하는 국내 프로야구는 일본에 비해 전반적인 스피드는 앞서지만 변화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대부분 투수들의 투구패턴이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3가지를 섞어 던지는데 그쳐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교묘히 뺏는 일본 투수들보다 다양성이 훨씬 못미친다.

한국 투수들의 단순한 구질에 타격감각을 맞춰왔던 국내 타자들은 일본 투수들의 변화가 심한 볼을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감을 못잡겠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국야구는 지금까지 일본으로부터 변화구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있으나 그때마다 일본은 새로운 변화구를 개발해 한국을 앞서 나가고 있다.

60년대 재일동포 김영덕 전 한화감독과 김성근 전 쌍방울감독은 타자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변화구인 싱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프로야구 초창기 장명부와 김일융 등 일본프로야구 출신 투수들은 낙차폭이 국내 투수들보다 2배나 되는 커브와 반포크볼 등 여러가지 변화구로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 점령했다.

91년 제1회 수퍼게임에 참가했던 한국 선수들은 포크볼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번 대회에서는 '90년대의 마구'로 불리는 체인지업에 나가 떨어졌다.

일본 투수들이 이번에 보여준 서클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은 빠른 직구처럼 보이지만 스피드가 평균 10㎞ 이상 떨어져 타자들이 제대로 공을 맞히기 어렵다. 한국 타자들은 140㎞의 빠른 직구인줄 알고 방망이를 휘둘렀다가 뒤늦게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자 엉거주춤 헛스윙을 하거나 범타로 물러나기 일쑤.

이번 대회에 한국대표팀의 성적은 기대에 못미치지만 투수들은 변화구 투구 요령을, 타자들은 변화구 대응 방안을 터득만 해도 큰 수확이라는 말이 이번 원정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후쿠오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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