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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요금 좋은데 … 경차 택시 어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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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 경기도 성남시청 앞에서 유길용 기자가 경차 택시를 타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경차 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손형주 대학생 사진기자(후원 Canon)]


“여기서 아무리 기다려 봐야 모닝(경차 택시) 못 타요.”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버스터미널 앞. 택시정류장에서 쉬고 있던 택시기사가 보기에 딱하다는 듯 말했다. 벌써 한 시간째 경차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친 기자는 성남시 법인택시 통합 콜센터에 경차 택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교환원은 “경차는 거의 없고 그것만 골라 부를 수도 없다”고 했다. 한 택시회사에 경차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끝에 간신히 영일운수 소속의 경차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경차 택시를 기다리기 시작한 지 3시간 만이었다.

 성남시는 지난해 2월부터 배기량 1000㏄ 미만의 경차 택시를 22개 택시회사에 1대씩 배치해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시민들의 교통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경차 택시의 앞날은 밝지 않다.

 경차 택시 기사 박정진씨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경차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운전하기 피곤하고 돈도 안 돼 서로 안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차 택시의 사납금은 7만~8만원 정도다. 일반 택시보다 2만원 정도 적다. 기본요금은 일반 택시(2300원)의 77.3% 수준인 1800원. 주행요금도 187m당 100원으로 일반택시(144m당 100원)보다 싸다. 일반 택시기사는 보통 사납금 외에 하루 5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경차 택시의 수입은 하루 3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박씨는 “한 시간을 꼬박 운행해야 1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데 회사에 입금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근무 환경에 합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차량이 작아 피로감을 호소하는 기사도 많다.

 기사들이 경차를 기피하면서 성남에서 실제 영업을 하는 경차 택시는 22대 중 10여 대뿐이다. 나머지는 회사에 세워두거나 업무용으로 사용한다.

강원도 강릉시도 지난해 4월 경차 택시 2대를 도입했다가 3개월 만에 포기했다. 일반 택시보다 수입이 적어 기사들이 운행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차 택시를 타본 시민들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성남에 사는 주부 김성혜(43)씨는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싸서 좋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전문기관에 지난 1년간의 운행 성과를 분석해 달라고 용역을 의뢰했다. 이달 말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정식 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규섭 성남시 택시행정팀장은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으면 정식 운영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과 교통요금 절감이란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의 논리로는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성남시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문제점을 보완해 경차 택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성남=유길용 기자
사진=손형주 대학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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