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Pizzarelli 〈Meets the Beatl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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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음악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동안 사랑 받고 있는 음악도 드물 것이다. 팝, 재즈,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티스트들이 비틀즈의 음악을 재해석 또는 리메이크 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피자렐리 역시 비틀즈의 고전들만으로 채워진 흥미로운 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바로 본작 〈Meets the Beatles〉(98) 이다.

이미 60년대 중반에 재즈 자이언트 카운트 베이시가 이들의 장래를 예견하며 앨범을 내놓은 후, 조지 벤슨은 〈The Other Side of Abbey Road〉 라는 앨범을 통해 비틀즈의 동명 타이틀 앨범의 수록곡들을 모두 연주곡으로 편곡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헬렌 메릴, 사라 본, 카멘 맥레, 프랭크 시내트라 등 수많은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비틀즈의 곡들을 재즈로 편곡하여 노래했다. 더욱이 비틀즈의 주옥같은 레퍼토리들은 재즈와 융화함에 있어 그 발라드적 요소가 강해서 단번에 재즈팬들까지 사로 잡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주로 보컬 버전으로 편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본작의 경우에는 연주와 노래를 한 사람이 담당해서 만든 최초의 비틀즈 재해석 앨범인 것이다.

모두 12개의 트랙에 비틀즈의 곡만을 소재로 하여 재즈로 채색한 본작에는 비틀즈의 원래 재킷 사진들을 패러디 하여 존의 익살스런 표정 18컷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손을 클로즈 업한 사진 2컷을 합쳐 모두 20컷의 재미 있는 사진이 재킷 전면에 실려있다. 이러한 재킷이 암시하듯 비틀즈의 곡들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앨범의 제작에는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의 대가 돈 세베스키가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는 프로듀스는 물론이고 편곡, 밴드 지휘, 어코디언 연주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함을 과시하고 있다. 웨스 몽고메리의 음반들을 CTI 에서 제작하던 시절의 오케스트레이션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앨범을 감상함에 있어 흥미를 배가 시켜줄 것이다.

'Yesterday'는 빠졌지만 비교적 국내에 자주 소개되었던 (우리가 좋아하는) 'Can't Buy Me Love'로 시작된 비틀즈 음악으로의 여행은 'Eleanor Rigby' 'Get Back' 'The Long & Winding Road' 등을 거쳐 'For No One'으로 그 작별을 고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곡들이라기 보다는 그네들에게 많이 알려진 레파토리라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모니터 하는 가운데 다양한 리듬의 차용이나 보컬 곡과 연주 곡의 적당한 안배로 앨범 전체의 구성을 짜임새 있도록 구성함과 동시에 적절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역시 본작에서의 죤 핏자렐리의 기타는 일관되게 스트레이트한 톤을 들려주고 있다. 보이스 컬러 역시 폴 메카트니와 쳇 베이커를 연상 시킨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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