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경제가 기존 가족제도 해체의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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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체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주택매매제와 철밥그릇으로 대변되는 종신고용제 등 가정을 떠받치던 기둥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98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택매매제는 시행된지 1년이 넘
으면서 대도시의 1가구 2세대를 분리시키는 촉매작용을 하고
있다. 젊은 부부들은 좁은 주택에서 노인과 같이 살기보다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근교에 있는 좋은 주택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택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국가가 주택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
하는 시대인 만큼 스스로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다. 주택매매제도의 정착에 맞춰 중국정부도 상품주택을 매
매할 경우 대출을 해주기 위한 주택은행도 개설을 준비중이다.

주택을 매입할 경우 주택가격의 3분의2를 대출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전담은행 설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주택 매매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이나 단위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단위사회는 점점 줄고 대신 '서취'라는 새로운 주거지가 생겨
나고 있다. 서취라는 새로운 주택단지는 87년부터 전국에 건설
되기 시작해 현재 전국에 20여 곳이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있
다. 우리나라의 택지개발지구와 비슷한 서취는 서비스센터가
설치돼 마을을 종합 관리하는 점이 다르다.

주택을 무료로 보급하는 직장이 거의 사라지면서 요즘 젊은이
들은 주택마련을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으
로 중국의 저축 총액은 5조7800억元으로 1년만에 18.8% 증가했
다. 국유기업이 밀접해 있는 요령성 심양시에서는 요즘 대기실
업수당이 30% 오르자 환성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172元씩 받는 실업수당이 올라봤자 생계를 꾸리기도 어렵
지만 이들은 오른 돈을 주택마련저축에 쏟아붓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을 정도다. 서취지역에 입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
은이들로 주택마련을 주거와 장래에 대한 투자로 보고 있는 것
이다. 물론 50년간 사회주의 체제에 물든 장년층 가운데서도
노인아파트를 찾아 새 삶을 준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노인이 많기로 유명한 호남성의 중심도시인 장사시에는 3년전
건설된 노인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1,000여평의 부지위에
4층 건물이 전부인 이 노인아파트에 입주한 노인은 52명. 자식
을 출가시킨 63세부터 89세까지 노인들이 새 아파트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한달 관리비는 280위안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
만 전직 의사나 전문직종에서 은퇴한 노인들은 좁은 아파트에
자식과 함께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하고 있다.

한자녀 갖기 정책 이후 분화되기 시작한 중국의 가족이 이제
시장경제 바람으로 완전 해체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의
노인인구 비율은 지난 90년 전체인구의 5.6%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전체의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2050년
이 되면 노인인구가 전체의 30%를 넘는 심각한 노령화 사회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경제화로 1가구2세대가 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상품주택 건설과 노인층을 겨냥한 노인아
파트 사업은 중국의 새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다
직장에서 70% 정도씩 부담해 주던 의료비도 본인부담으로 바뀌
면서 중국의 사회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종말을 고할 전
망이다. (현지통신원)

* 본 정보는 한중경제교류중심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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