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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노래 택한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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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늦깎이 성악가로 새출발하는 홍범석씨.

길고 긴 길을 돌아와 음악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악가 홍범석(43)씨 얘기다.

 홍씨는 원래 연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도 떠났다. 미국 맨해튼 음대를 다녔다. 그러던 중 인디애나로 학교를 옮겨 정치학 학사를 받았다. 음악으론 ‘발 벌이’가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 이후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군납 업체 대표를 맡았다. 2대째 내려오는 가업이었다.

 그는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나름 삶의 변화가 많은 그의 최근 상황이다. 홍씨는 다시 노래를 선택했다. 쇼팽의 녹턴,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포레의 파반느 등 클래식 음악을 편곡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했다. 이렇게 첫 앨범 ‘레스트(Rest)’를 냈고, 비무티(Vimutti·해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래로 시작했다 노래로 돌아온 거다. 적지 않은 사람이 염려하고 말렸다. 큰 오케스트라를 써가면서 굳이 인기 없는 장르에 뛰어드는 장르가 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엔 음악계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아 전공을 바꿨다. 현실적 문제 때문에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순 없었다. 그런데 그 어떤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가졌어도 마음 속에는 늘 음악과의 약속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크로스오버’ ‘팝페라’ 등의 의미에 대해 묻는 듯하다.

 “기존의 크로스오버 가수들처럼 대중적인 소리와 음악으로 듣는 사람들을 자극하기보다 중저음의 소리로 휴식이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기존의 클래식 작품 중 대작을 골라 나만의 어법으로 전달하는 곡들이다.”

 홍씨는 꿈도 남다르다. 기존에 없었던 ‘무(無)장르’의 음악으로 길을 내는 것이다.

 “월드컵·올림픽 개막식 같은 대형 무대에서 나만의 음악으로 대중과 만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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