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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국 경제 동남쪽으로 가면 운수대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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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매튜 디킨
한국HSBC 은행장

지난 한 해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무척 다사다난했던 해였던 것 같다. 세계인에게 한국을 새롭게 각인시킨 밴쿠버 겨울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 게임, 서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혼란까지, 한국인들에게는 실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해였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경제 어젠다 중 단연 손꼽히는 G20 정상회의는 전례 없이 신흥국에서 개최했을 뿐 아니라 성공적인 개최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신흥국의 위상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2051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전년 대비 21.9% 상승을 보여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터키·러시아에 이어 G20 국가 중 다섯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2011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중국 위안화 절상,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올해의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애널리스트들은 모든 나라가 경제적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에 한국 경제성장률을 4% 이상으로 전망하며 최근의 강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이곳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필자 역시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이뤄냈던 놀라운 성과들이 자양분이 되어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다. 나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그리고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이 한국 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들 시장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의 소비시장이 한국 기업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미 삼성·LG·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늘어난 아시아 지역에서의 소비 수요로 전자 및 자동차 부문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이런 기회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는 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골드먼삭스 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은 한국 경제와 성장 전망을 감안했을 때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한국이 브릭스(BRICs) 그룹에 편입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오닐 회장은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다른 신흥국보다 높다고 평가했고 한국을 ‘성장국가(Growth economies)’에 포함시켰다. 2001년 최초로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그는 한국과 함께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를 ‘믹트 (MIKT)’라 칭하며 ‘성장국가’로 분류했다. 이와 같은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는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시작됐다. 일본 언론은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역동적인 한국 경제와 비교하면서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울 것을 주문하고 있으니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토끼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재주가 많고, 야심 차다고 한다.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한국사람들이 토끼띠의 이 두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이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신묘년, 대한민국에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매튜 디킨 한국HSBC 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