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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일본 구멍가게서 ‘지름신’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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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일본 드럭스토어는 기이한 물건들의 성지다. 아무거나 집어와도 어지간한 브랜드보다 낫다는 뷰티 제품부터 신기한 생활소품, 주전부리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다. ’요즘 같은 엔고 시대에 쇼핑은 무슨!’ 출장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나 일단 시부야 한복판의 ‘마쓰모토 기요시(마쓰키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름신’을 영접하고야 말았다. 급기야 ‘고쿠민’ ‘랭킹랭퀸’ ‘돈키호테’ ‘플럼코스메틱’ ‘선드럭’ 등 드럭스토어가 보일 때마다 들어가 장바구니를 채웠다. 아무리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허덕이고 있다지만,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 내놓기론 아직 그만한 나라가 없다. 매장 자체는 후줄근해 동네 구멍가게처럼 물건을 쌓아놨지만 구석구석 신기하고 예쁜 물건들이 숨어있었다. 귀국길 트렁크를 가득 채워 온 ‘득템(아이템 획득)’ 리스트를 소개한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수건 장갑부터 안구정화제까지 별별 아이디어

1 시세이도 아랫속눈썹 뷰러 뷰러란 속눈썹을 집어주는 미용도구. 화장품 브랜드 중에선 일본 출신인 ‘슈에무라’ ‘시세이도’와 전통의 칼 명가 ‘카이’ 제품이 성능 좋기로 유명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촌뜨기 모범생 앤드리아가 패션지 편집장의 비서로 취직한 뒤 다른 여직원들에게 “어떻게 슈에무라 뷰러도 모르느냐”며 ‘뒷담화’를 당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 이번에 사온 시세이도의 부분 뷰러는 윗속눈썹보다 짧고 숱이 적은 아랫속눈썹을 집으라고 만든 뷰러다. 일반 뷰러의 3분의 1 정도로 입구가 좁아 조금씩 집을 수 있게 돼 있지만, 기껏 만들어준 성의에 비해 실제 기능은 좀 떨어진다. (¥840)

2 머리 말리는 수건 장갑 극세사(마이크로파이버)와 실크로 만들어 양면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머리카락을 말리는 데 쓰란다. 보는 순간, 아이디어가 샘솟는 그들의 뉴런을 나의 뇌에도 이식하고 싶었다. 그다지 예쁘지는 않아도 숱 많은 머리카락을 구석구석 말리는 데는 꽤 유용하다. (¥1344)

3 ‘부끄부끄~’ 유두 핑크 젤 일본인들의 디테일한 안목은 ‘안구’부터 ‘유두’까지 놓치지를 않는다. 성인 여성들의 자줏빛 유두를 장밋빛으로 회복시켜 준다는데, 효과는 써봐야 안다. 일시적으로 물들이는 틴트에 만족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런 물건도 필요할 듯. 이미 국내 드럭스토어와 인터넷 뷰티숍에도 여러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2800)

4 물을 부으면 커지는 매직 마스크 섬유 마스크를 말려 비타민C처럼 동그랗게 말아놨는데 토너나 에센스를 부으면 원래 크기대로 커진다. 레스토랑에서 물을 부으면 부풀어 오르는 물수건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새삼 신기하다. 저렴한 가격에 미용팩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꽤 쓸 만한 아이템. 다만 좀 알 만한 ‘고세’ 제품인데도 마스크가 얇아 미용액이 흐를 염려가 있다. 세로에 비해 가로가 지나치게 넓어 광대뼈를 덮는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도 문제. (¥420)

먹는 건 줄 알았는데 입욕제네요

5 화산재 비누·모공세정제 일본 여성들의 뷰티케어는 눈과 모공에 집중돼 있다. 먹고살기 힘든 요즘 스트레스성 ‘탈모인’이 늘어난 까닭에 점차 그 관심이 두피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모공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온갖 모공관리 브랜드에서 쏟아낸 화장품 중 이만한 걸 못 봤다. 화산섬 일본의 특장점을 십분 발휘한 제품. 화산재 특유의 냄새는 나지만 매끈매끈해진 피부를 보면 참을 만한 가치가 있다. (비누¥735, 클렌저 ¥1260)

6 동백 샴푸·트리트먼트 일본에서만 2억 개가 팔려나갔다는 시세이도의 헤어제품. ‘츠바키’는 동백이란 뜻으로, 동백기름 성분이 윤기가 자르르한 머리카락으로 가꿔 준단다. 손상 모발용인 흰색보다는 붉은색 용기 제품이 더 향기가 좋다. 지난해 말 국내 드럭스토어에도 들어왔는데 반응이 뜨겁다는 후문. 이 밖에도 동백을 소재로 한 헤어 오일과 팩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각 ¥489)

7 코엔자임 큐텐(Q10) 우리나라는 뷰티 성분의 유행이 상당히 빠르다. 화장품부터 음료, 뷰티보조제까지 한때는 모든 브랜드가 인체 조효소인 ‘큐텐’ ‘코큐텐(코엔자임 큐텐)’을 노래 불렀는데, 이젠 모두가 보습성분 ‘히알루론산’만 찾는다. 한번 지나간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 우리와 달리, 일본 드럭스토어엔 추억의 큐텐이 여전히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대세는 히알루론산이긴 했지만, 아예 밀려나지 않은 것만도 반갑다. (¥980)

8 ‘찰떡 아이스’ 입욕제 브랜드명에 ‘롯데’가 박혀 있다. 모양은 ‘찰떡 아이스’. 주전부리인 줄 알고 바구니에 담았는데 다시 보니 ‘반다이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 입욕제다. 스파에 열중하는 나라답게 별도의 코너가 마련돼 있는데 그중 딱 두 개 골라 들고 왔다. 노천탕 효과를 낸다는 ‘아스제약’ 입욕제와 향수 어린 이 물건. 그런데 노천탕 입욕제는 뒷면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떡 박혀 있다. 다른 물건들도 상당수 중국산일 터, 배신감이 느껴졌다. (찰떡아이스¥280, 노천탕메구리¥598)

귀엽네요, 눈길 끄는 ‘비주얼 담당’

9 헬로키티·마이멜로디 부츠스탠드(부츠키퍼) 캐릭터 천국 일본에서 만들 만한 제품. 보자마자 집어 들었다. 키티와 멜로디가 있는데 부츠에 철 지난 신문지를 둘둘 말아 넣을 순 없다. 요즘 유행하는 싸이하이 부츠도 힘있게 세워둘 수 있다. (각¥1280)

10 두피 마사지 마우스 생긴 건 딱 마우스인데 바닥에 오톨도톨한 마사지 팁이 달려 있다. 이름하여 ‘헤드스파 마우스’. 손바닥에 쥐고 두피를 마사지하는 물건이다. 기능성 제품도 이렇게 만들면 팔린다. (¥700)

11 닥터비 치아미백제 역시 효과보다 얼굴. 판매되는 제품의 인기도를 순위로 매기는 랭킹랭퀸에서 ‘닥터비’ 제품은 치아미백 부문 3위였는데 1위를 놔두고 담아왔다. 이런 식으로 사방에 캐릭터를 만들어 놓으니 ‘키덜트’들이 매일 드럭스토어에 들러 음료수라도 사 마시고 가는 거다. (¥750)

12 웨이브 만드는 딸기 롤 ‘소프트 볼’ 딸기·레몬 등 상큼한 과일 모양의 스펀지 롤을 머리카락에 잠깐 말았다 풀어놓으면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생긴다. 친근한 일본식 발음으로 ‘구루프’라고 불러주고 싶은 아이템. 성능이 괜찮아 국내 구매대행 사이트에도 단골로 올라온다. (¥680)

13 후지야 로열밀크티맛 캔디 미니 사이즈 많고 많은 간식 중에서도 ‘후지야’의 우유맛 사탕 캐릭터 ‘페코’의 미모가 단연 눈에 띈다. 국내에선 잘 볼 수 없는 미니 사이즈인 데다 로열밀크티맛도 있다. 더 사오지 못해 아직까지 ‘페코 앓이’를 하고 있다.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한꺼번에 세 봉지를 먹어 치운 매실맛 젤리, 두 알 먹고 포기한 매실장아찌(우메보시)맛 젤리도 더 사오지 못해 후회되는 먹을거리들. 입안이 헐 때까지 먹게 되는 중독성 있는 풍미가 일품이다. 국내 드럭스토어를 다 뒤졌는데 비슷한 것도 없었다. (각 ¥63)

14 눈이 시원한 안구세정제 떠나기 전부터 반드시 사오리라 별렀던 제품. 국내 뷰티 동호인 사이에는 ‘아이봉’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정액을 작은 고무컵에 따르고 눈에 갖다 댄 뒤 ‘안구을 돌리는 느낌’으로 씻어내면, 마스카라 찌꺼기부터 아이섀도 반짝이까지 섞여 나온다는 전설의 아이템이다. 아이봉보다 패키지가 예쁜 로토제약의 ‘리세’를 골랐다. 리세는 렌즈세정제와 안약 등 아이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제약회사 브랜드. 너무 화해서 자극적이라는 평이 있는 아이봉보다 사용감이 순하다. ‘로엘백화점’ 후계자 김주원(현빈 분)을 만난 것도 아닌데 ‘안구가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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