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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누른 작은 ‘거인’…국내 첫 나스닥 진출 노려

중앙일보

입력

통합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강자. 컴퓨터와 전화를 결합해 부가서비스를 만드는 CTI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로커스는 대기업까지 제치고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꾸준히 자체 기술을 대발해 온 덕에 세계적 통신업체에서도 전략적 제휴를 요청해 올 정도다. 곧 코스닥에 오르고 나스닥 상장도 준비중인 로커스는 2002년까지 세계 10대 지능형 통신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이다. 김형순 사장은 10월28일 제3회 벤처기업대상의 1등상인 동탑산업훈장을 받는다. <편집자>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회사를 세웠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나?
“원래 영화감독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무산된 뒤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의미에서 벤처창업은 나의 두 번째 인생 목표인 셈이었다. MIT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뒤 컨설턴트로 나가려 했으나 역시 집안의 반대로 컬럼비아 대학원의 박사 과정에 입학해 마케팅을 공부했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비즈니스에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뉴욕 5번가에 있던 친척 사무실을 빌려 대학친구 2명과 창업을 준비했다. 마땅히 준비한 아이템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사업꺼리를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다만 비전만은 분명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훌륭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훌륭한 회사’ ‘훌륭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비전에는 변함이 없다. 훌륭한 회사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을 말한다. 서구의 약점을 파고 들면서 우리의 강점을 살리는 경영을 하면 분명히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관리방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 막막한 상태에서 가장 먼저 신경 쓴 대목은 사업 아이디어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도서관에서 비즈니스위크·포천을 비롯, 비즈니스 잡지와 관련 자료들을 날마다 모아 아이디어를 연구했다. 2백여개의 아이디어 리스트를 확보한 뒤 이를 A·B·C급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C급은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대체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을 직접 방문, 아이디어를 구했다. 보스턴·시카고·노스캐롤라이나 등을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사실 지금 우리 회사의 주력 제품인 ‘메시징 서비스’도 이 때 발굴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그 무렵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세계적으로 벤치마킹될 만한 ‘훌륭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경영비법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과 좋은 조직이 확보되면 어떤 산업에서 경쟁하든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인재선발에 정성을 들인다. 이번 공채모집에서도 5천명이 몰려왔는데 이 가운데 2백명을 1차로 선발, 1인당 40분씩 인터뷰를 했다. 지원서 작성이나 인터뷰를 기존 회사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 특색이다. 지원자의 구석구석을 알고자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긍정적 사고, 인성과 친화력, 창의력과 개성을 중시한다. 경영비법이라면 우리가 ‘컨센서스 매니지먼트’(Consensus Management)
라고 부르는 독자적인 참여경영을 들 수 있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방법이다. 컨센서스 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년에 40~50번 이뤄지는 워크숍(workshop)
이다. 팀별, 본부별, 팀간, 임원간, 팀장급 이상, 임원과 대리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지는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부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사원 1인당 1년에 대개 7~10번 정도의 워크숍에 참석한다. 이렇게 1년 동안 의견을 모으면 회사의 현재 모습, 문제점, 심지어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담을 수 있다. 이런 자료집은 회사경영의 데이터 베이스가 돼 다음해 전략구상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여기에 ‘라운드 테이블’과 ‘스퀘어 테이블’이라는 미팅도 가미하고 있다. 라운드 테이블은 사장이 매일 8명 정도의 사원들과 돌아가면서 점심을 먹는 모임을 말한다. 스퀘어 테이블은 본부장이 역시 8명 정도의 부원들과 조찬하는 모임을 말한다. 대개 식사를 하면서 회사의 방향을 설명하고 사원들의 생각과 바라는 사항을 듣는다. 말단 사원들까지도 최고경영층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반응이 굉장히 좋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사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의 요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로 다른 능력과 특징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힘을 모아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최고 경영자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이 조정과 통솔을 잘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영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경영의 묘미인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잘 결집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며 이러한 의미에서 회사경영을 ‘두뇌’(brain)
공장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벤처창업은 대개 이공계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경상계 또는 인문계 출신의 예비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엔지니어 위주의 벤처창업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공과 사업 성공간에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이공계 출신의 사장이 사업을 성공시킨 원동력을 조사해 보면 기술 아이디어가 우수하기보다는 대개 경영을 잘한 결과가 많다. 비전공자라도 열심히 기술지식을 습득하면 충분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하루 일과는 어떻고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1년에 공휴일을 포함, 회사에 나오지 않는 날은 2~3일 정도다. 휴일에도 회사를 서재로 활용하고 있다. 일요일이면 평소보다 좀 늦게 일어나 가족과 함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시 회사로 와서 밀린 일도 정리하고 책도 읽는다. 하루 일과는 60% 정도의 시간을 ‘조직 다듬기’에 할애한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고 좋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10% 정도는 개인 스케줄을 관리하는데 쓰고 10% 정도는 회의 참석에 할애한다.”

─얼마 전 자딘 플레밍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자금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나. 또 중장기 회사발전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점유하고 있었던 틈새시장이 주류시장으로 성장하는 덕에 경영성과가 좋았다. 그러나 한 번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회사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용 음성서비스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 위의 분야로 진출하고자 한다. 사설 및 국설 교환기용 음성서비스에서 확장, 인터넷 텔레포니 등 지능형 통신장비 분야로 적극 진출하려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개발해 온 신제품인 LIPS(Locus Intelligent Point System)
의 성능을 더욱 개선하고자 한다.
또한 태국·중국·일본에 진출해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명성을 쌓아나가려 한다. 그리고 나서 1~2년 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승부를 내려 한다. 이러한 중장기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해 내부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자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직원 1백6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아더 앤더슨사의 도움을 받아 자체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회사의 비전 및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교육에 있어 ‘로커스 유니버시티’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아예 2명의 전문인력이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 김형순 사장이 말하는 성공비결 ◆ ◇
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거기서 리더가 돼라(시류편승은 금물이다. 당장은 힘들어도 3~4년 뒤 주류시장으로 성장할 아이템을 개발하라)
.
② 잘 하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라(잘 아는 분야라야 미래를 예측하고 주도할 수 있다)
.
③ 모든 사원이 비전을 공유하도록 하라(아이디어나 상품보다는 조직이 먼저다)
.

◇◆ 이장우 교수가 보는 성공비결 ◆ ◇
① 합리적인 아이디어 수집방법과 철저한 사전계획을 통해 미래 유망분야를 발굴함.
② 회사비전의 명확한 설정 및 비전공유 시스템의 구축(창업부터 장기 비전을 분명히 설정했으며 참여경영을 통해 이를 공유해 옴)
.
③ 최고 경영자의 풍부한 경영지식과 명확한 경영관을 토대로 진취적으로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나감.

전문가가 보는 로커스
세계적 통신사도 손 내밀어…인력부족 한계도

정희훈(주)
eCommunity 대표이사

지난 90년 선보인 로커스는 통합커뮤니케이션 기술 가운데 컴퓨터와 전화를 결합해 부가서비스를 만들어내는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분야에서 콜센터, 음성메시징시스템 구축 등 통신 서비스에 특화된 시스템 통합과 솔루션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로커스는 CTI시장에 대한 특화쪽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CTI분야와 금융기관 폰뱅킹 시장에서 96년 이후 국내에서 대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98년 말 기준 26.5%)
를 고수하고 있다. 로커스는 특히 지난 3년간 평균 매출액 성장률 1백31%, 당기순이익 성장률이 2백21%에 이르는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로커스가 이처럼 CTI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음성사서함시스템(VMS)
과 팩스사서함시스템(FMS)
등 뛰어난 기반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94년 음성정보시스템 기반기술, 95년 CTI서버와 LAN 기반 통합메시징 소프트웨어, 96년 팩스 커뮤니케이션 서버, 97년 고속 무선호출시스템 등에 이르기까지 통합커뮤니케이션 관련기술을 잇따라 개발했다. 이런 솔루션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기술 노하우의 축적을 바탕으로 로커스는 2002년까지 세계 10대 지능형 통신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로커스의 사업은 콜센터 구축 등 CTI 솔루션 사업과 VMS를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진보시킨 통합 메시징 시스템인 LIPS(Locus Intelligent Point System)
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강하다
로커스는 콜센터란 개념이 생소하던 90년대 초 일찌감치 이 분야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갖고 뛰어들어 핵심 기술 관련사업으로만 다각화를 추진하는 사업집중화를 통해 성공을 거뒀다.
로커스는 CTI기술을 93년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95년 조흥은행 폰뱅킹 센터 구축을 계기로 CTI사업을 본격화했다. 로커스의 핵심 기술은 응용 시스템을 개발해 솔루션에 적용시키는데 있다. 로커스는 자체 연구소를 두고 전체 인원의 40%인 60명이 넘는 연구개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ETRI 등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나 다이얼로직, 엑셀 등과 같은 세계적인 통신회사들도 로커스의 기술력을 인정,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건실한 재무구조와 탄탄한 수익구조도 강점이다. 18%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솔루션 능력이 반영된 뛰어난 수익구조를 의미한다. 이런 수익구조의 원천이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대형수주 경험의 축적에서 파생되는 솔루션 능력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안정적인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요인이다.
고품질·고가격의 차별화된 제품 포지셔닝과 업계 입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로커스는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경쟁업체보다 월등한 시장점유율을 유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신규업체의 시장 참여가 어려운 콜센터 시장의 특성 등을 감안한다면 시장지배력이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고쳐라
로커스의 기술력이 전략적 제휴를 한 세계적 통신업체와 국내 사용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지만 개발 여지는 많다. 국내 경영환경도 투명성이 높아지며 개선되고 있으나, 국내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의 수요에 있어 경쟁사인 삼성전자, LG정보통신등에 비해 보이지 않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로커스가 벤처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관리능력의 한계, 인력 부족 등의 이슈를 어떻게 극복하고 내실경영을 확보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성장전망 밝다
통합 메시징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로커스는 부가통신 서비스 시장 확대 및 인터넷 환경의 통신기술 접목에 따라 성장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수년간 엄청나게 팽창해 온 무선호출 및 이동통신시장, 금융기관의 콜센터 구축, 유통 및 일반제조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CTI 수요, 급증하고 있는 지능형 통신망의 수요 등에 힘입어 로커스가 주력하는 CTI 및 통합메시징 시스템 분야는 시장성이 밝다. 또한 이런 통합커뮤니케이션시장에서는 안정성, 기술성의 우수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업체의 시장참여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고가 시장에서의 경쟁이 덜 치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로커스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로커스의 기술력에 대해 세계적인 장비업체가 인정함에 따라 향후 로커스의 해외시장 개척은 전망이 밝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로커스는 99년 몽골지역 및 미국 지역에 13억원 규모의 시스템 수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걸림돌도…
로커스는 첨단분야인 정보통신산업에서 기술발전에 따른 급속한 성장기회를 누리고 있는 한편, 미래 산업발전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의 부담도 크게 안고 있다. 시장 전망이 밝음에 따라 신규참여자들이 강력히 도전해 오고, 기존 장비제조업체와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통합에 따른 입지의 축소도 로커스의 향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리고 로커스가 비전으로 걸고 있는 세계 10대 지능형 통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위주로 성장해 온 로커스가 메이저업체들의 M&A와 종속이 심화되고 있는 정보통신시장에서 어떻게 해외업체들과 경쟁해 수출시장을 확보할 것인지가 큰 숙제로 남을 것이다.

[대담=이장우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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