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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두 마리 토끼 잡겠다 ” 강성훈 “메이저 토끼는 내 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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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호 14면

강성훈

2010년 한국 골프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와 안선주(24·팬코리아)가 일본 남녀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금왕을 석권했다. LPGA투어에서 신지애(23·미래에셋)는 세계랭킹 1위를 굳게 지켰고, 최나연(24·SK텔레콤)은 상금왕과 평균 최저타수상을 거머쥐었다.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은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독점했다.

신묘년에 도약 꿈꾸는 87년생 토끼띠 골퍼

새해가 밝았다. 눈 덮인 그린 위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골프 한국의 힘찬 스윙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토끼의 해인 신묘년을 맞아 87년생 토끼띠 스타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박희영(하나금융그룹)은 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강성훈(신한금융그룹)은 PGA투어 무대에 데뷔한다.

박희영

엘리트의 함정, 더 이상 없다
국내의 한 골프 잡지에서 KLPGA투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누구의 스윙을 가장 닮고 싶은가’. 1위는 박희영이었다. 박희영의 스윙은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키(1m69㎝)에 비해 장타인 데다 정확한 편이다.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 233.7m(24위), 페어웨이 적중률 72.7%(공동 20위), 그린 적중률 70.7%(10위)였다. 그러나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아쉬웠다.

박희영은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이다. 고등학생이던 2004년엔 KLPGA투어 하이트컵오픈에서 프로 선배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2007년까지 KLPGA투어에서 3승을 기록했다. 2007년엔 L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한마디로 엘리트 코스를 골라 밟았다. 그런데 아직 LPGA투어 우승컵이 없다. 지난해에도 ‘톱10’에 여섯 번 진입해 상금 랭킹 34위(34만7000달러)에 머물렀다.

‘엘리트의 함정’.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문제였다. 몸에 탈이 났지만 박희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무릎에 통증이 심했다.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계속 출전했더니 손목과 골반까지 아팠다. 하루에 진통제를 4알씩 먹고 출전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무너지기 일쑤였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고집할 뿐 돌아갈 줄을 몰랐다. 무조건 핀만 보고 공략했다. 다른 선수가 잘 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상은 박희영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시즌이 끝난 뒤 이래가지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와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박희영은 12월 JLPGA투어 출전권에 도전했다. 다른 환경에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를 쳐 수석으로 2011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박희영은 “LPGA투어에 집중하면서 일본 대회는 9~10개 정도만 출전할 생각이다. 올해는 미국과 일본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기대해도 좋다”며 밝게 웃었다.

박희영은 지금 미국에 있다. 남들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힘쓰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살림살이 장만에 바쁘다. 지난해 말 올랜도에 마련한 새 집을 단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처에 유선영, 박세리, 장정 등이 살고 있다. 혼자 미국을 떠돌며 투어에 참가해온 박희영은 새 집을 장만한 뒤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는 농담과 진담을 섞어 말했다.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탁, 의자 등도 내가 직접 조립했다. 이런 재주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제 남자만 있으면 되는데….(웃음) 혼자 생활하면서 요리 솜씨도 늘었다. 각종 찌개는 물론 갈비찜, 잡채, 스파게티도 자신 있다. 저랑 결혼하면 완전히 봉 잡은 거다. 이상형은 개그맨 정형돈씨처럼 덩치가 있는 사람이다.”

고향 선배 양용은처럼 메이저 사냥하겠다
강성훈은 13일(한국시간)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투어 소니오픈 출전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강성훈은 지난해 12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PGA투어 Q스쿨에서 6라운드 합계 11언더파(공동 16위)로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어떤 대회보다도 Q스쿨이 가장 떨렸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올해 1차 목표는 상금 랭킹 70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훈은 Q스쿨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드라이브샷 거리나 파워 면에서는 외국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다. 예전에는 5번 아이언이 169m 정도 나갔는데 지금은 182~187m로 늘었다. 쇼트게임과 퍼팅만 보완하면 해볼 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성훈의 2010년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5m로 2009년보다 18m 정도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돈 브라운 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스윙을 다듬었다.

“하체의 움직임을 줄이고 몸통을 충분히 회전했다. 전에는 백스윙할 때 팔을 들어올렸지만 이제는 양팔을 최대한 몸에 붙이게 됐다. 스윙이 간결하게 바뀌자 거리와 정확도가 모두 늘었다.”

강성훈의 고향은 제주도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에 입문해 남주중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혀 기대를 모았다. 2006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KPGA투어 롯데스카이힐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그해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승장구는 2007년 프로에 데뷔한 뒤 약간 제동이 걸렸다. 2009년까지 2위만 여섯 번을 했다. ‘준우승 징크스’ ‘새가슴’ 같은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런 강성훈이 PGA투어를 노크하자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m74㎝의 키로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으니 차라리 일본에 진출하라”는 충고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수록 강성훈의 의지는 단단해졌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믿고 이를 악물었다. 첫 결실은 지난해 4월 받아 들었다. KPGA투어 유진투자증권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강성훈은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PGA투어 진출을 꿈꿨다. Q스쿨을 통해 긴장감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2년부터 매년 3~4개월씩 미국에서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였던 행크 헤이니, 데이비드 레드베터, 필 리츤 등 세계적인 교습가들에게 레슨을 받았다.

강성훈은 병역특례법에 따라 3월 10일부터 4월 7일까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강성훈은 “훈련이 끝나는 날 마스터스가 시작된다. 만일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아 마스터스에 나갈 수 있다면 기초군사훈련 일정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성훈은 병역을 마치면 최경주, 양용은이 있는 텍사스에 보금자리를 틀 예정이다.

“선배들 곁에 있으면 하나라도 더 배울 것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제2의 양용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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