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사라져가는 대자보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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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의 대자보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학생들의 토론의 장이었고 의견의 표출방법이던 대자보. 하지만, 요즘 이런 대자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학교 곳곳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여행사, 학원 등의 광고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학생들의 대자보는 동문회 등을 알리는 안내문이나 행사문 정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자보 문화가 사라져가는 이유로는 인터넷의 보편화를 꼽을 수 있다. 기존 대자보의 역할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사용하기 번거로운 대자보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자보가 사라져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내 토론문화의 부재와 학생들의 무관심이라 할 것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학생들의 치열한 삶은 토론과 비판의식을 가져가 버렸다.

대자보는 간 데 없고 광고물만 자리를 잡고 있는 게시판을 바라보며 토론과 비판이 없는 대학, 취업을 하기 위한 통과절차로 전락해 버린 대학의 존재의미를 생각해 본다.

홍승한 인터넷 명예기자
<hsh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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