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국 관광객들, 대만·홍콩서 금서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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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만의 대형 서점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금서(禁書)로 지정돼 구입이 불가능한 정치 관련 ‘불온 서적’들을 사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쇄도하면서 대만 서점들이 관광명소가 됐기 때문이다.

 27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대만의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인 ‘청핀수뎬(誠品書店)’.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 서점의 쿼난(廓南)점의 경우 밤이 되면 대만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금서를 사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서적은 『국가의 죄수-자오쯔양(趙紫陽)의 비밀녹음』『자오쯔양 연금 중 담화』 『아무도 몰랐던 마오쩌둥(毛澤東)』『마오쩌둥의 사생활』『장쉐량(張學良)의 구술역사』 등이다.

 이들 5권의 책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워낙 인기가 높아 대만의 어느 대형 서점에 가도 비치돼 있을 정도라는 것.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때 시위대를 옹호했다가 실각한 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경우 그와 관련된 모든 책이 중국 내에서 금서가 된 것은 물론 중국 언론들이 그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는다. 마오쩌둥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책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지만 『마오쩌둥의 사생활』의 경우 중국 내에서는 전직 지도자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금서가 됐다.

 한편 중국 반체제 언론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는 홍콩 공항의 서점에서도 중국 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마오쩌둥 시대의 역사나 문화대혁명 회고록, 현 중국공산당의 정치체제에 관한 평론 등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항서점 관계자는 “많은 중국 관광객이 귀국하기 전 서점을 방문해 금서를 사고 있다”며 “입국심사에서 책이 발각되지 않도록 옷 안에 숨기거나 책 표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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