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한국경제, 더 나은 새해를 기원하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박태욱
대기자

30년 만의 12월 한파 속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위기국면에서 한발 벗어났다고는 해도 나라 안팎으로 여러 일들이 일어났고, 대응은 조심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안팎의 여러 위험변수 속에서 선방(善防)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6%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그렇다. 연초 올 6%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 연구소도 내 기억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곳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 쉽게 볼 목표가 아니었단 얘기다. 하지만 올 해 세계 7위로 올라선 수출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오랜만에 6%대 성장을 이뤄냈고, 기업들의 실적이 현저히 개선되면서 증시는 다시 종합주가지수 2000선을 넘어서는 활황장세를 연출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데 따른 이른바 기저효과, 개입 의혹을 받기도 한 원화 약세에 따른 실력 외적인 경쟁력 우위 등을 들어 이를 평가절하하는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그리 낮춰볼 이유는 없다.

그런 요인들을 감안한다 해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등 북한 도발로 인한 남북관계 긴장이나,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드러났듯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진(餘震)이 채 가라앉지 않은 불안한 상황에서 이만한 결과를 일궈낸 한국 경제의 저력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특히 남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증권·외환 시장이 별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학습효과’라는 판단키 애매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과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원론적이지만 환율 공조 등을 위한 글로벌 협조 체제의 틀을 마련한 것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중요한 성과였다.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올해를 넘기지 않고 타결 지은 것도 다행이었다. 자동차 부문에서의 일부 양보를 들어 비준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자동차업계 스스로 조속한 비준을 요청하고 나선 데서 보듯 보다 큰 틀에서 득실을 살펴봐야 한다.

 아쉬운 점들도 물론 있었다. 하반기 들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를 웃돌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누차 시사하면서도 시행을 미적거리는 인상을 주었다.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물가 상승과 올해 성장에 따른 국내 수요 압력 증가가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서 반 박자 빠른 대응이 필요했었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출·제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줄곧 강조되어왔던 서비스업 선진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관련 부처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그 배후에 자리한 기득권 유지라는 밥그릇 지키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는 무엇보다 긴요한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 문제란 점에서 더욱 아쉽다.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여야가 경쟁하듯 복지 확대를 내세우는 것도 올해 두드러진 현상이다.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현재의 정략적 이해를 우선하는 정치인의 생리로 보아 매우 위험한 풍조다. 이런 아쉬운 것들을 극복해가며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더욱 튼튼하게 커 나가길 기원하자.

박태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