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주권 보호해야 기업 이익도 극대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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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호 24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70년 자신의 저서 미래 쇼크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란 뜻의 영어 단어를 합성한 것이다. 이 단어는 92년에 펴낸 제3의 물결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특히 인터넷이 확산되고 소비자 주권이 뚜렷해지는 최근 들어선 매우 친근한 단어가 되고 있다. 시장권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제품의 생산 전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만족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

프로슈머는 ‘제2의 물결’이 지배하던 사회(산업사회)의 양 축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등장했다. 과거의 소비자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프로슈머는 신제품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시장조사의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나 요구를 제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프로슈머의 활동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만족’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프로슈머의 활동은 중요하다. 고객만족은 80년대 이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때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전적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고객의 기대치나 가치관 등을 고려하고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만족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객만족을 달성하면 우선 기존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미래의 거래비용과 신규 고객의 유치비용도 줄어든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이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는 길이기도 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고객만족은 비즈니스의 필수적인 성공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프로슈머가 등장하고 기업이 고객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소비자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공급자들은 고객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첫째, 경제 성장으로 고객의 욕구가 더욱 진화하고 기대수준도 높아졌다. 둘째, 규제 완화로 기업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경쟁 속에서 경영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소비자 주권을 지킨다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주권의 주체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소비자다. 그런데 소비자가 아닌 인간은 없다. 프로슈머의 등장을 반기고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은 1차적으로 이윤의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할 뿐 아니라 소비자로서 모든 인간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발판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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