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처음 관객들을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20일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날을 실감케 하는 하루였다. 올 여름 최고의 흥행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20일 첫 상영을 가진 뒤, 곧 이어 5시부터는 부산 국제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거짓말〉이 대영 시네마 3관에서 역시 첫 상영을 갖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진행했다.

〈거짓말〉의 뒤를 이어 바로 같은 장소에서 지난 해 〈둘 하나 섹스〉로 독립영화 진영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던 이지상 감독의 신작 〈돈오〉가 처음으로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약 3시 50분부터 진행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대화 시간에는 주연배우 안성기와 박중훈, 이명세 감독이 참여했다. 관객들은 우선 박중훈의 영화 속 걸음걸이와 얼굴에 난 상처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스크린에 1년만에 돌아 온 그에게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으며, 질문의 방향은 점점 이명세 감독에게 향했다. 영화 속 음악, 마지막 장면, 부산을 로케이션 장소로 선택한 이유,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 내는 부분, 영화의 내러티브에 대한 지적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질문들이 감독에게 던져졌다.

한편 영화의 몇몇 장면이 〈매트릭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이명세 감독은 "원래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영화가 먼저 개봉하는 바람에 우리 영화에서는 많은 부분을 축소했다"고, 그래서 이에 대해 아쉽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안성기와 박중훈은 시종 여유로운 표정이었으며, 농담이나 장난을 하면서 편하게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즐기는 인상이었다.

뒤 이어 열린 〈거짓말〉의 첫 상영은 취재진들의 열띤 열기 속에 관객과의 대화 사상 가장 많은 카메라와 취재진이 동원되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일일이 게스트들의 아이디 카드를 대조하고, 관객들에게 카메라 등을 맡겨 달라고 부탁하는 등 상당히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거짓말〉은 입장에만 약 1시간 여를 소요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진행된 대화 시간은 이용관 프로그래머가 사회를 보았으며, 주연배우 이상현과 김태연, 그리고 장선우 감독이 참여했다. 입장객 수는 극장 좌석 665석을 상회하는 900여명 선이었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그 중 약 2/3 정도가 남아 있었다.

주연배우인 김태연과 이상현에게는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얻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로 주어졌다. 김태연은 "처음에 시나리오을 받았을 때는 뭐 이런 게 다 있지"라는 생각이었고, 지금도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배우라는 것, Y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으며, 연기하는 동안 행복했고 행운이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이상현은 "오늘 같은 날을 기다렸다"는 말로 개봉이 지연되는 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회를 밝히고, "우리 관객들과 영화를 본 오늘이 제일 편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을 받았을 때는 IMF 분위기여서 어려운 시기였는데, 그 안에서 사랑을 느끼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를 끝내고 자신은 "그동안 예술가로서 작업을 해온 감회가 새롭게 들며 자유와 커다란 세계를 얻은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선우 감독에게는 등급외 전용관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지, 한국에서 상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인지 하는 질문들이 먼저 제시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충분히 상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등급외 전용관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왜 말들이 많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 관객은 죽 장선우 감독의 영화를 봐왔다고 하면서 "사회 비판에서 이제는 사회를 귀찮아하고 신경질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이런 느낌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과연 지금 행복한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장선우 감독은 "행복하려고 애쓰며, 그래서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며 살려고 애쓴다"고 하고 "그것은 어쩌면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굉장히 즐겁고 경쾌하게 진행했으며, 작품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우울하다"고 말했다.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이라고.

전체적으로 대화 시간은 50여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관객들은 상당한 관심과 열기 속에 감독, 배우들과 진지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에 이용관 프로그래머가 세 사람에게 공히 "이렇게 진지한 관객을 예상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이 장소의 분위기를 반증하는 사례다. 배우들은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며, 편했다는 인사말을 했으나 장선우 감독은 너무 진지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는 영화 자체가 도식적인 이분법과 경직된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한 것이라며, (이 장소의 분위기도) 왜 굳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겠다고 했다.

한편 〈돈오〉는 "야하다"는 소문 탓인지 매진도 일찍되고, 많은 수의 관객들이 찾았으나 영화의 형식 자체가 일반관객들의 눈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인지 상영 중간에 관객들이 자리를 뜨기도 했다. 영화의 화면은 광량의 과다 노출이나 혹은 극단적인 통제로 인해 어둡거나 너무 밝아 관객들의 시야가 편하지 않았으며, 특별한 내러티브 없이 롱테이크로 일관하는 정사 장면은 지루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만큼 〈돈오〉에 대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작품이 끝난 후 관객들이 던지는 질문에서 서두에 항상 작품을 잘 봤다는 인사가 붙었으며, 혹자는 〈거짓말〉보다 더 훌륭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입장 때는 약 700명 선이던 관객들이 상영 종료 후에는 2/3 수준으로 즐었으나, 이지상 감독과 관객들은 애정에 입각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왜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남아 있던 관객도 있었으나 대화 시간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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