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감독이 지방으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코오롱)이 선수,코치에 대한 선처 요청이 거부된 뒤 섭섭함을 표시하고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21일 아침 "우리 아이들을 살려야하는데...가슴이 답답하다"며 자신의 병구완을 하는 김순덕 총무와 함께 대치동 숙소를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총무는 "언제 돌아올 지 나도 알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전날 밤 숙소를 찾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감독은 회사가 자신의 간곡한 요청을 거부하고 선수,코치의 일괄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사측이 언론에 자신이 이동찬 명예회장과 단독면담을 가졌다는 거짓 발표를 한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

실제로 정감독은 회사 발표와 달리 `독대'는 커녕 프런트 관계자들과 함께 이회장을 만났으며 좀처럼 발언할 기회도 갖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감독은 이날 회의에서 이 회장에게 두 코치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으나 이 회장은 "다른 데 신경쓰지 마시오. 사장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당신 몸이나 걱정하시오"라는 답변만 들었다.

이에 대해 김순덕 총무는 "지금 어떠한 말을 할 입장이 못 된다. 그저 정처없이 가고 있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게 정감독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육상계 안팎에서는 정 감독의 외유가 코오롱을 세계 최고의 마라톤팀으로 성장시킨 자신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언론에까지 거짓말을 한 회사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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