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연구원 벤처아템 사업화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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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창업' 이 급증하면서 교수.연구원들이 내놓은 사업 아이템들이 차근차근 열매를 맺어 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나 아이디어만 믿고 뛰어 들었다가 고전하는 경우도 많아 창업에 앞서 사업성을 잘 따져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성공사례〓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 박정기(50)교수가 지난해 8월 설립한 인터넷 벤처 INQ는 올해 30억원 매출액을 기대한다.

국내 기업들로부터 인터넷 콘텐츠.웹 호스팅.홈페이지 제작 등과 관련된 주문이 밀려든 때문.
이에 따라 자본금을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증자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안암미디어를 설립한 고려대 김석기(50)교수는 이미 가정.편의점용 보안시스템을 개발해 '실험실 창업' 쪽에선 꽤 알려졌다.

올해 안에 5가지의 제품을 추가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직원 7명인 이 회사는 올해 3억원, 내년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

이밖에 중소기업청이나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으로 전국 대학.연구소에서 제품화 단계에 와 있는 실험실 창업은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중소기업청은 추산했다.

◇ 창업 급증〓전북 군산대는 지난달에만 3개의 실험실 업체가 문을 열었다. 제어계측공학과 김성호(37)교수가 세운 마이크로콘트롤즈와 식품영양학과 주종재(43)교수의 동이마을사람들, 토목공학부 김형주(39)교수의 토목기술컨설팅이 그것. 창업과 설비자금 일체를 무상 제공하고 교수와 사장 겸직을 허용해 주는 등 학교측 배려로 연내 8개의 실험실 기업이 더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음성적으로 인정되던 실험실 창업은 지난 5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으로 양성화돼 지난 4월 50개에 불과하던 관련 업체가 다섯 달 만에 1백28개로 급증했다.

◇ 유의사항〓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사업성 등을 평가받은 뒤 소속 대학.연구기관장으로부터 벤처운영 겸직에 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업운영 과정에서 '책상물림' 의 한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창업자들의 한결같은 지적.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사업화가 용이한 것인지 조언을 구해야 한다는 것. 평가기관이나 해당기관장으로부터 창업 승인을 받은 뒤에도 의약품처럼 별도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중진공 최길수 벤처창업 팀장은 "보유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금관리나 마케팅전략이 부족해 고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고 말했다.

본업을 게을리 해 학생들의 원성을 사는 것도 조심할 일. 한양대 INQ의 朴교수는 "20대 제자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기고 기술고문직을 고수한 것은 회사일로 후진양성이나 연구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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