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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총리 “북한이 도발 못하게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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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간 나오토 총리는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연평도 사태와 관련,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과 특수관계인 데다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행위를 그만두도록 촉구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면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한반도에서 긴장이 에스컬레이트(가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간 총리는 23일 본지와 한 서면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세 차례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이뤄졌다. 간 총리는 최종답안 확인 과정에서도 30분 가까이 읽어 보면서 표현 하나하나에 크게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북 공격 땐 폭격” 한국 지지하나

한국 대응에 미·일 긴밀 협조

유사시 일본인 구출 협의 희망

# 북한 연평도 포격 사태

-북한의 포격 사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뭔가.

 “북한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 이번 공격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행위였다. 다시는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촉구한다. 일본은 한국·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비상사태 시 한국에 있는 일본인 구출과 관련해 현재 한국·미국 정부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나.

 “재외 국민의 안전 확보는 국가 차원의 중요한 책무다. 신속하게 (한국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도모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그 태세와 관련해 부단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과는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한국과도 일본인 구출 등 안전 문제를 향후 과제로 삼아 조금씩 협의했으면 한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공격받으면 자위권을 우선해 북한의 공격 거점을 폭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찬성하는가.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으로서도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세를 예의주시하겠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선 일·한·미가 긴밀히 연계하고 협력해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일 연평도에서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있었다. 북한이 조만간 일본을 향해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일본 스스로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하자는 게 나의 결의다. (북한의) 미사일 등은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미 간에 계속해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한편 간 총리는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담화에서 밝혔던 조선왕조의궤 등 한국 문화재 반환이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해선 “내년에 가능한 한 빨리 한국 측에 인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민주당이 당론으로 조속히 추진하려 했던 재일교포 등 재일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는 “논의가 무르익는 것을 기다렸다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크게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100년, 미래 100년 준비는

조선 의궤, 내년 가능한 빨리 반환

89세 어머니 ‘한류 드라마’ 좋아해

#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새로운 100년’

-조선왕조의궤 등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시대 도서의 연내 반환이 물 건너가고 말았다. 내년 초 정기국회에서의 통과도 어려운 것 아닌가.

 “도서 인도에 필요한 일·한 도서협정을 올해 임시국회에서 성립시키려 했지만 아쉽게도 내년 정기국회에서 심의가 이뤄지게 됐다. 가능한 한 빨리 도서를 한국 측에 인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올 8월 ‘간 담화’를 발표한 배경은. 또한 ‘새로운 한·일 100년’을 향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뭔가.

 “과거의 역사로부터 눈을 돌리는 일 없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었다. 그 생각을 담아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일·한 관계의 미래를 향해선 양국 국민 간에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나의 모친은 올해 89세인데 ‘한류 드라마’를 무척 좋아해 늘 즐겨 본다.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K-POP(한국 가요)’의 인기가 엄청나다.”

FTA 논의 중단된 지 5년 됐는데

한·일 FTA 체결은 두 나라의 사명

외국인 참정권은 의견 조율 필요

# FTA와 외국인 참정권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중단된 지 5년이 지났다. 특단의 결단이 없는 한 협상이 재개돼도 평행선을 달릴 텐데 돌파구가 있나.

 “양국은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자 세계 경제를 견인해 나갈 입장에 있다. 한국이 세계 주요 무역국과 FTA를 체결하는 가운데 한국의 제2무역 상대국인 일본과도 EPA(FTA보다 다소 확대된 개념·일본에서는 EPA로 통칭)를 체결해 아시아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두 나라에 주어진 21세기의 사명이다.”

 -민주당 정권은 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통 조용하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 이를 추진할 생각은 없나.

 “이 문제에 대해선 국가 제도의 근간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본) 국민의 컨센서스(동의)가 있어야 한다. 국회·정당·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논의가 무르익는 것을 기다렸다 판단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의견 잘 맞는지

G20 서울 회의 때 리더십 훌륭해

최대한 빨리 일본에 초청하고 싶어

# 간 총리가 본 ‘이명박 대통령’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는 의견이 잘 맞나.

 “이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라 그런지 사물을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고 판단이 정확하며 신속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의 때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또한 이번 북한 포격 사태를 대단히 어려운 국면에서도 냉정하고 의연한 대응으로 타개해 나간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난 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더욱 강해지길 진심으로 원하며, 그런 차원에서 이 대통령을 최대한 빨리 우리나라에 모시고 싶다.”

 오대영 선임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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