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간접투자 더 뜰까

조인스랜드

입력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한 단계 더 뛰어오를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세금과 거래비용이 늘어 부동산 직접 투자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늘고, 실거래가로 세금을 물리는 체계가 자리잡히면 부동산값이 올라도 이것저것 털고 나면 실제 이익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세제 등에서 유리하고, 투자 위험도 비교적 적은 간접투자로 돈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간접투자의 대표 상품인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지 1년 만에 판매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딜로이트 FAS 부동산팀 임승옥 전무는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긴 하나 직접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려워질수록 간접 투자시장은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간접투자 제2 도약기 오나=부동산 간접투자는 자산운용사ㆍ부동산투자회사가 개인ㆍ법인의 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크게 부동산펀드ㆍ일반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ㆍ구조조정리츠(CR리츠) 등 세 가지가 있다. 은행이 판 부동산투자신탁이 있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부동산펀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4개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부동산펀드는 90개다. 판매액은 1년 전 1390억원에서 지금은 2조1100억원으로 15배 급증했다.

부동산펀드는 규제가 많지 않다. 회사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간접투자자산운용법에 따라 기존 자산운용사가 발매할 수 있다.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투자 대상도 부동산 대출은 물론 개발사업ㆍ임대 등 다양하다.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맡고, 판매는 은행ㆍ증권사가 하는데 목표 수익률이 연 7% 안팎이다. 까다로워진 직접 투자 여건에 질린 이들이 고개를 돌릴 만한 매력을 지닌 것이다.

일반리츠도 원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리츠는 2001년 시행됐으나 회사를 만들어 운용해야 하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적어 설립된 곳이 없다. 구조조정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CR리츠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일반리츠의 설립요건ㆍ세제ㆍ투자대상 등이 완화됐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일반리츠도 상품 설정ㆍ해산 등의 규제가 풀리는 추세여서 간접투자시장의 몸집이 커지면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투자보다 나은 점은=간접 투자의 최대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개인이 부동산을 직접 살 경우 매입가의 4∼4.6%를 취득세ㆍ등록세로 내야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취득세ㆍ등록세를 50% 감면받는다. 또 양도세는 없고 배당소득세(15.4%)만 내면 된다. 직접 투자하면 부동산을 팔 때 보유기간에 따라 차익의 상당액을 양도세로 털어내야 한다.

마이에셋자산운용 전유훈 이사는 “보유세 인상ㆍ양도세 실가 부과 등으로 부동산 직접투자에 따른 세금 부담은 계속 늘지만 간접투자는 세제 혜택이 되레 많아져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에 비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도에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지만 주식시장에 펀드가 상장된 뒤에는 매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옥석은 가려진다=간접투자 상품도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파트사업 대출 형태에서 벗어나 경매펀드ㆍ임대주택펀드ㆍ할인점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상가ㆍ빌딩펀드를 준비하는 곳도 많다. 상가는 고위험 상품에 속해 부동산펀드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맵스자산운용 등은 이미 임대가 잘 되는 서울 강남권 대형 상가ㆍ빌딩을 사들여 펀드를 팔았다.

최근엔 수익률은 높지만 투자 위험이 큰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채비를 갖추는 자산운용사도 적잖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은 골프장ㆍ실버타운ㆍ호텔 등을 갖춘 복합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이익 낼 만한 부동산을 찾기 어려워지자 해외로 투자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임대주택 전문펀드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것 같다. 임대주택펀드는 민간투자법에 따라 선박펀드처럼 세금감면 혜택이 있어 많은 자산운용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서현우 팀장은 “임대주택은 건설업체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선진국처럼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간접투자가 활기를 띨 만한 토양이 마련돼 연말까지 부동산펀드 판매액이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몸집이 커진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론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하나경제연구소 양철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간접투자의 꽃이 더욱 화려하게 피겠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수익률에 대한 확실한 검증 장치도 없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맵스자산운용 신봉교 본부장은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과 수익률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 내년쯤엔 펀드별 평가도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간접투자 장밋빛만 아니다=일반리츠는 까다로운 설립조건 때문에 나온 지 4년이 되도록 판매 실적이 없다. 요즘 인기를 끄는 부동산펀드는 상품 출시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점수를 매기기엔 이르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최종 정산 단계에서 약속한 수준을 밑돌면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실제로 벌써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력 없는 펀드’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도 명확지 않고, 부동산 전문 인력이 없어 외부에 의존하는 자산운용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판단할 근거는 오로지 판매ㆍ운용사의 브랜드일 뿐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상당수 자산운용사가 금융 쪽 전문가는 많은데, 부동산 투자기법에 어두워 펀드 발매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충남 아산 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한 부동산펀드 850억원 어치를 판 지 한달 만에 청산했다. 사업이 무산된 탓이다. 이 펀드는 지난달 시행사가 아파트 지을 땅을 모두 사지 않았는 데도 무리하게 펀드를 팔았다. 다행히 위약금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주진 않았지만 펀드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셈이다.

A자산운용사 임원은 “부동산 개발의 현실을 잘 모르는 펀드 운용ㆍ판매사가 무턱대고 덤비다 낭패를 본 코메디”라고 꼬집었다.

지난 1월 현대증권ㆍ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판 부동산경매펀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거품이 있다. 당시 순식간에 1500억원을 모았지만 4개월의 ‘배타적 판매기간(경매펀드에 대한 독점판매 인정기간)’이 끝나도록 경매로 확보한 물량은 한 건도 없다.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전남 순천의 250억원짜리 미분양 아파트만 통째로 사들인 게 전부다. 나머지 1250억원은 잠겨 있다. 발매 당시 회사 측은 “투자 가능한 100억∼1700억원 대의 오피스빌딩을 이미 봐뒀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12일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경매펀드를 내놨으나 170억원 어치만 팔렸다. 부동산펀드 모집 과정에서 목표 금액을 못 채워 판매 대행사인 증권사가 남은 금액을 떠안기도 한다. B자산운용은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사업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내놓았으나 금액이 미달하자 나머지를 증권사에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공모가 부진해 판매 대행사가 미매각 금액을 인수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털어놨다.

짚어볼 점도 많다. 먼저 안전장치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조기 청산한 KB부동산펀드도 위약금 30억원을 시행사측에서 받기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펀드약관ㆍ상품설명서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펀드의 운용 방식과 안전장치 등이 다 나와 있다.

부동산펀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은 시공사가 보면 된다. 대형 건설사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했다면 위험이 작다. 시공사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은 곳이 낫다.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낮을수록 시공사의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는 증거다.

임대형은 입지여건을 봐야 한다. 임대가 잘 되지 않는 곳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경매펀드는 운용사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좋은 경매ㆍ공매 물건을 싼값에 확보하느냐가 수익률의 잣대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곳에서 파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해외부동산펀드의 경우 외국계 부동산금융회사인 도란캐피탈 야야 로버트 차장은 “해당 지역에서 사업 경험이 있어 투자 환경ㆍ정책 변수 등을 꿰고 있는 건설업체와 협력한 펀드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