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핵심 진술 번복 …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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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인가, 위증인가. 한명숙(66) 전 총리 재판에서 관계자들의 진술이 거듭 번복되고 있다.

 20일 열린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2차 재판에서 한만호(49) 전 한신건영 사장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 초 곽영욱(71) 전 대한통운 사장도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의자에 두고 나왔다”로 바꿨다.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사장은 당초 진술을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그는 회계장부에 적힌 ‘한’은 한 전 총리가 아니라 자신을, ‘의원’은 경리 담당자가 잘못 적은 것이라고 각각 밝힌 것이다.

 당장 부실 수사론이 제기되고 있다. 처음부터 한 전 사장이 허위로 진술했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기죄로 수감 중인 한 전 사장은 내년 6월 형이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사장이 굳이 거짓말을 해 위증죄로 추가 처벌을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논리다. 수사팀이 73차례나 소환하면서 ‘관리’해 왔던 터라 한 전 사장이 한 전 총리 측과 입을 맞출 여지도 없었다. 한명숙 공대위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수사는 정치적 목적의 공작수사”라며 “즉각 공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전 사장 진술 외 계좌 추적과 제3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보자 남모씨가 겁을 줘 검찰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한 전 사장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10분도 안 되며 남씨가 한 전 총리에 대한 거짓 진술을 하도록 한 전 사장을 협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휴대전화에 등록된 ‘한미라H’란 인물에 대해 한 전 사장은 여동생이라고 했지만 한 전 총리로 밝혀지는 등 법정에서의 한 전 사장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게 많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조사한 뒤 위증으로 확인될 경우 그에 대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이철재·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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