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길 택한 두 여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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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송양, 구다예양(왼쪽부터)

경찰대학이 20일 발표한 2011학년도 신입생 합격자 발표에서 여학생이 수석과 차석 자리를 모두 꿰찼다. 경찰대에 여학생이 수석 합격한 것은 1998학년도 이후 13년 만이다. 여학생이 수석과 차석을 모두 차지한 것은 여학생을 뽑기 시작한 89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1000점 만점에 800.3점을 받아 수석 합격한 부산 국제고 3학년 김한송(18) 양은 20일 “시민과 가까이 소통하면서 사회에 직접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점이 경찰관의 최대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중학교에 진학할 때 처음으로 경찰대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사촌 오빠가 경찰대에 지원하는 것을 본 뒤 경찰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당시 불합격한 사촌오빠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사촌오빠는 김 양의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많이 축하해준 사람 중 한 명이다.

 김 양의 아버지 김치억(46)씨는 20여 년간 부산에서 영재학원을 운영해왔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김 양은 어릴 때부터 수학 영재로 통했고, 학창 시절 내내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아버지 김씨는 “도움을 요청할 때만 조력자의 역할을 했을 뿐, 한송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고 한다. 교과서와 시중에 나온 참고서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공부가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김 양은 “공부가 항상 재미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재미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2남 2녀 중 장녀다.

 김 양은 정시 모집 때 서울대 경영학과에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어디를 최종 선택할지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경찰대를 최종 선택한다면 경찰관의 헌신과 명예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789.38점으로 차석 합격한 구다예(18·공주사대부고) 양은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 중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다”며 “개인의 능력과 주어진 일을 잘하려는 자세가 얼마나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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