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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미션 투 셰프 2기 - 한식으로 세계를 요리하라 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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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 미션투셰프’ 2기도 한 단락이 마무리됐다. 그랜드하얏트호텔 권희열 셰프, 웨스틴조선호텔 최상철 셰프, 제주해비치호텔 이창현 셰프가 이번 프로젝트 중 그들의 마지막 요리를 만들었다. 프로젝트 11개월째, 술이 익듯 셰프의 요리도 그만큼 성숙했다. 단순히 기발하고 보기 좋고 트렌디한 요리에서 형식과 내용의 조화, 요리와 더불어 퍼져나갈 문화와 스토리를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상 차림 | 권희열(그랜드하얏트호텔) 셰프

G20 VIP에게 선보인 대로, 비빔밥 아기자기하게 담았죠

외국인들도 먹기 편한 ‘한상 차림’을 고민하고 요리를 만든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동안은 형식보다는 내용에만 충실하려 했다. 요리들의 짜임새보다 요리 자체를 잘 만들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바로 양의 문제다. 이번에는 이러한 한상차림의 본질적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

 이번 메뉴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한상차림. 한 상에 에피타이저와 메인 그리고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방법을 활용했다. 외국인에게 익숙한 형식과 우리네 한상차림의 스타일을 접목했다. 우리의 대표적 음식을 좀 더 고급스럽고 맛깔 나게, 그러면서 양은 적은 정찬 스타일의 풀 코스 요리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따로 상을 주문했다. 기존의 그릇이나 상으로는 전통적 반상만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 세계화는 그저 요리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릇·상차림 자체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아래부터 보쌈 김치롤, 해산물 샐러드, 비빔밥, 동치미, 제철 과일. 손님은 사진의 오른쪽에 앉아 이 순서대로 먹으면된다. [그릇 협찬=이창화 작가(이도)]

 요리도 오리엔탈 스타일로 퓨전해 내놓았다. 한식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도 녹아들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익숙한 재료와 조리법을 가미했다. 메인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비빔밥으로 했다. 비빔밥은 채소가 대부분이지만, 크고 양이 많아 일품 요리로 내놓아도 살짝 부담스럽다. 맛의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 미니푸드 스타일을 접목했다. 요즘 세계적인 음식의 추세는 양은 적게 하면서 종류는 늘리는 아기자기한 미니푸드 스타일이 대세다.

 이번 메뉴와 비슷한 요리와 컨셉트의 식사를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국빈에게 시범적으로 대접했다. “한국 음식에 이런 것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만큼 평이 좋았다. 특히 보기에 정갈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번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선보인 음식들이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모든 셰프가 함께 고민하고, 프로젝트가 다양해지고, 국가의 지원이 있다면 한식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한상차림 구성

보쌈 김치롤, 유자 젤리를 곁들인 해산물 샐러드, 얇게 저민 쇠고기에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비빔밥, 채소 피클 동치미, 제철 과일

●보쌈 김치롤 재료 | 깍두기 50g, 절인 배추잎 3장, 삼겹 돼지고기 200g, 정향 3개, 오렌지주스 500mL, 월계수잎 1장, 된장 20g, 치커리잎 1장, 이탈리안 파슬리,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 1 깍두기 양념을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곱게 다진다. 2 바질과 이탈리아 파슬리를 곱게 다져 1과 섞는다. 3 배추잎은 소금물에 절여 숨을 죽이고 물기를 제거한다. 4 돼지고기는 오렌지주스와 정향·월계수잎·소금·후추에 한 시간 정도 재워 잡냄새를 없애고, 작은 냄비에 은근히 삶는다. 5 된장에 돼지고기 삶은 국물을 조금 넣어 잘 섞는다. 6 삶은 돼지고기를 다지고 된장에 섞은 다음 절인 배추잎에 김밥 말듯 싼다. 7 다진 바질·파슬리·깍두기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보쌈 김치롤을 작게 잘라 올린다.

●얇게 저민 쇠고기에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비빔밥 재료 | 밥 100g, 당근 50g, 오이 50g, 표고버섯 50g, 흰색·노란색 지단 50g씩, 메추리알 1개, 쇠고기 안심 100g, 고추장 30g, 참기름 20mL, 검은깨,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 1 당근·오이·표고버섯을 채 썰고 섞이지 않게 한다. 기름 두른 팬에 색깔 나지 않게 볶은 다음 식혀 참기름·소금·후추를 간한 뒤 곱게 다진다. 2계란 흰자·노른자를 분리해 지단을 만든 뒤 1과 같이 다진다. 3 쇠고기 안심을 소금·후추로 살짝 간하고 겉에 고추장을 발라 한 시간 정도 양념이 배게 한다. 4 달군 팬에 3의 쇠고기를 표면만 살짝 익히고 3㎜ 두께로 썬다. 5 4를 둥글게 바닥에 깔고 밥을 올린 뒤 각종 나물·지단을 곁들이고 메추리알 프라이를 올린다

일품요리 | 최상철(웨스틴조선호텔) 셰프

더덕·아스파라거스 넣어 아삭한 오리전 … 술 한잔하기 좋습니다

한식 세계화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술이다. 음식과 술은 따로가 아니라 함께 발전해 왔다. 둘이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그 식문화가 더 빨리 전파된다. 프랑스 요리에 와인이 빠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 사케도 어묵·채소 등 일본식 꼬치가 안주로 인기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퍼졌다. 이제까지의 ‘미션투셰프’에서 선보인 메뉴도 술과 함께하면 좋은 메뉴지만, 이번에는 반주하기 좋은 요리에 무게를 뒀다.

 한식 중 술과 함께하기 가장 좋은 메뉴라 하면 단연 전이다. 어떤 명절·잔치에도 빠지지 않는 대표적 술안주다. 명태·쇠고기·고추·호박 등 어떤 재료라도 좋다. 요즘 마트에서는 새로운 버섯을 홍보하기 위해 시식코너에서 전을 만들어 주기도 하더라. 어떤 식재료가 가장 어울릴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리를 택하기로 했다. 얼마 전 가족과 오리를 먹으러 갔는데, 그 안에 영양밥을 넣고 만들었다. 맛은 훌륭했지만, 영양도 많고 식감도 좋은 재료인 오리의 요리법이 그 정도가 전부인 듯해 아쉬웠다. 오리가슴살로 우리네 고기전 형식으로 만들어봤다. 아삭한 식감과 영양을 더하기 위해 베이비 아스파라거스와 더덕을 함께 썼다.

 식재료가 다양하게 들어간 만큼 요리할 때 튀김을 할 만큼 기름을 넉넉히 두르는 것이 포인트다. 기름이 좀 많아도 치즈·전분이 들어가 고소하고 부드럽다. 소스는 오렌지 처트니와 오미자 우린 물을 이용했다. 오리고기는 살짝 시면서 달콤한 소스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인의 스토리가 배어 있는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전달하는 일은 곧 문화를 전달하는 것, 여기에 이야기를 얹으면 더 맛깔 나게 한식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다. 또 마지막 미션이라 축하주를 곁들이고 싶은 마음에서 이번 메뉴를 택했다. 송년회로 분주한 12월, 사람들이 모여 술과 함께하기 좋은 메뉴다. 곡주와 더불어 다사다망했던 이 해를 돌아보고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오렌지 처트니와 참깨 드레싱을 곁들인 오리가슴살전.

더덕과 아스파라거스로 속을 채운 오리가슴살전

재료 | 훈제오리 가슴살 1/2개, 더덕 1뿌리, 베이비 아스파라거스 2개, 홍고추 1개

● 반죽 계란 1개, 파마산 치즈가루 5g, 밀가루 10g, 다진 파슬리 2g, 전분 10g, 레몬 1개, 설탕 65g, 물 170mL

● 소스 오렌지 처트니 1/3개, 베이비 치커리, 핑크색 후추 2g, 오미자 우린 물 15mL, 발사믹 졸인 것 15mL, 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꿀 1큰술, 참기름 1큰술, 참깨 반큰술, 마늘·생강 1작은술씩, 차이브 한 줄기

만드는 법 | 1 훈제오리 가슴살은 0.3㎝ 두께로 가운데를 나눠 두 장이 되도록 썰어 놓는다. 2 더덕은 길게 채 썰어 설탕과 식초 넣은 물에 삶은 뒤 간장과 마늘·참기름으로 간하고, 베이비 아스파라거스는 한번 데치고 홍고추는 씨를 제거해 각각 길게 채 썬다. 3 오리 가슴살 두 장 사이에 더덕·홍고추·아스파라거스를 넣은 뒤 밀가루를 묻히고 치즈·전분과 다진 파슬리를 넣은 계란물에 담가 부치고 먹기 좋게 썬다 4 레몬은 껍질을 벗기고 설탕물에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은근히 졸인 다음 오렌지 처트니 위에 뿌린다. 5 참깨·마늘·생강을 간장과 곱게 갈아 참깨 드레싱을 만든다. 6 치커리를 참깨드레싱과 후추로 버무려 오리 위에 올린다. 7 오미자 우린 물과 발사믹 졸인 것으로 소스를 뿌리고 차이브 한 줄기를 세워 내놓는다

현지음식 | 이창현(제주해비치호텔) 셰프

제주 갈치로 속 채운 만두에 해물 소스 떡볶이 곁들였죠

제주의 바다를 대표하는 식재료는 누가 뭐래도 갈치다. 싱싱한 제주의 은갈치뼈를 제거한 뒤 살만 발라내 만든 어만두는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어만두는 손이 많이 가는 정성 어린 요리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우리의 대표적 궁중요리다. 제주의 가장 대중화된 식재료인 갈치와 고급스러운 궁중음식의 조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신 있게 소개할 만큼 좋은 궁합이다.

 궁중요리의 품격과 다양한 요리법은 한식의 정수다. 하지만 조리법이 어렵고 맛도 대중화하기 힘든 구석이 있어 범접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한식인 듯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만두는 대중에게 내놓기 좋은 요리다.

 곱게 다진 흑돼지 앞다리살과 두부·실파·숙주·양파 등으로 속을 채운 뒤 허브 다진 것과 올리브 오일에 2시간 재워 비릿함을 없앤다. 그리고 갈치살을 만두피 대신 이용해 어만두를 만들어 스팀에 찌고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그 향이 눈을 감아도 침이 넘어갈 만큼 좋다. 어만두만으로는 부족한 식감을 보강하기 위해 신선한 해물 소스를 이용한 떡볶이를 같이 내놓았다. 곁들임으로는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오는 한라산 고사리로 전을 부치고 6개월간 고추장에 박아 쫄깃해진 더덕장아찌를 같이 냈다.

 소스로는 간장·물엿, 대파·양파 등 채소와 바닷가에서 자라는 신비의 약초라는 함초를 넣어 2시간 졸였다. 짭조름한 맛이 입에 감기는 함초 에센스는 은갈치 어만두와 찰떡궁합이다. 조리법은 전통 궁중 요리를 따랐지만, 그릇에 담아내는 모양새는 서양요리를 본떠 한식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자 했다.

 그동안 제주의 산과 바다를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식재료를 써서 요리했다. 제주의 요리 그 자체가 바로 한식을 대표하는 메뉴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식재료에 가장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려 했다. 말 그대로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현지화)’ 시대, 연간 7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하는 제주의 요리가 한식을 대표하는 요리가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어만두를 얹은 떡볶이(왼쪽)와 채 썬 양파 위에 올린 고사리전, 더덕장아찌(오른쪽).

성산포 은갈치 어만두와 떡볶이

그리고 한라산 고사리전과 더덕 장아찌

●어만두 재료 | 은갈치 120g, 흑돼지 앞다리 살 50g, 두부1/4모, 실파·소금·후추 약간

●떡볶이 재료 | 떡볶이 떡30g, 해물(꽃게·멸치 등) 육수 200mL, 설탕·고추장·고춧가루 적당량

●고사리전 재료 | 고사리30g, 계란 1개, 밀가루·소금·후추 약간

●더덕장아찌 재료 | 성읍 더덕 50g, 고추장 50g, 조청 10g, 참기름·깨소금 약간

●함초 에센스 재료 | 간장 50mL, 육수 300mL, 설탕 30g, 조청 30g, 함초 30g, 대파·양파 약간

만드는 법 | 1 흑돼지 앞다리 살을 곱게 다지고, 두부는 으깨어 물기를 제거한 뒤 실파·소금·후추로 양념해 만두소를 만든다. 2 허브와 올리브 오일에 재운 갈치를 펴 만두소를 넣고 돌돌 말아 어만두를 만든다. 3 어만두를 랩으로 말아 찜기에 5분간 찌고 오븐에 3분간 구워 노릇하게 색깔을 낸다. 4 해물 육수에 고추장을 풀고 설탕·고춧가루를 넣어 떡볶이를 만든다. 5 고사리는 켜켜이 놓아 꽂이에 꽂은 뒤 밀가루 계란물을 입혀 누름적을 만든다. 6 6개월간 고추장 양념에 박아 숙성한 더덕은 참기름·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7 육수에 간장·설탕·조청과 대파·양파와 함초를 넣고 졸인 뒤 함초를 넣고 약한 불에 끓여 에센스를 만들어 소스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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