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인기 폭발 … 공장 확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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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 다롄 지역에 의류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이레패션은 올 3월 모두 20개이던 생산 라인을 28개로 늘렸다. 직원도 1700명에서 500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아웃도어 전문 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이렇게 설비를 늘리고도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영식 사장은 “올해에만 유명 패션 브랜드 5곳이 추가로 생산 요청을 해왔지만 거절했다”면서 “기존 업체들의 주문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브랜드마다 다운점퍼 생산을 80~120% 정도 늘리는 등 아웃도어 시장이 엄청난 활황”이라며 “제품이 없어 못 판다며 발을 구르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업계는 올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만 2조 2000억원 규모에서 한 해 사이 30% 이상 성장한 것이다. 2006년 규모(1조원)와 비교하면 4년 사이 세 배로 판이 커졌다.

 ◆“없어서 못 판다”=없어서 못 판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그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질 못한다. 매년 겨울 조금씩 인기가 올라가는 다운 점퍼는 특히 그렇다. 노스페이스가 올해 2010벌 생산한 한정판 다운점퍼 ‘퀀텀 눕시’는 9월 중순에 매진됐다. 2008년엔 11월, 지난해엔 10월에 매진된 제품이다. 노스페이스 장희수 대리는 “올해 다운 점퍼 스타일을 2배 늘리고, 물량을 70% 정도 확대했는데 인기 상품은 대부분 11월 초에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LG패션 라푸마는 지난해보다 다운 제품을 65% 정도 더 만들었지만, 여성 제품의 경우 절반 정도의 스타일이 11월 중에 매진됐다. 문제는 추가 생산을 할 곳이 없다는 것. LG패션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품을 동남아에서 생산하는데 동남아 공장에 주문이 몰리면서 3~6개월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며 “다운 제품이 이렇게까지 잘 팔릴 줄 예측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론칭한 휠라코리아의 아웃도어 브랜드 ‘휠라스포트’는 아직 내년 SS(봄여름) 상품 목표 생산량의 70~80%만 생산 공장을 확보한 상태다. 브랜드 관계자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 생산업체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경쟁 업체가 너무 많아 주문 넣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웃도어 업체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다. 노스페이스는 20일 매출 5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코오롱그룹도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선전에 힘입어 이달 초 패션산업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성별·연령 뛰어넘은 인기=무서운 성장세는 고객층 확대에 힘입은 것이다. 등산복의 개념을 넘어 ‘기능성 있는 일상 의류’로 아웃도어가 진화하면서 중·고등학생으로 고객 연령대가 낮아지고, 여성 고객까지 끌어안았다. 노스페이스 눕시 재킷은 남자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겨울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그룹형지가 올 초 론칭한 여성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는 1년 사이 41곳에 매장을 내고 12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와일드로즈’와 ‘휠라스포트’가 론칭한 데 이어 내년엔 코데즈컴바인의 ‘코데즈컴바인 하이커’, 제일모직의 ‘라스포르티바’, 파크랜드의 ‘PL스포츠’ 등이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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