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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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중단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만한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입찰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이른 시일 안에 매각작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존의 매각조건을 바꾸지 않는 한 당분간 재추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의 무산으로 사실상 민영화 작업 자체가 전면 중단된 셈이다.

 이번 우리금융의 민영화 무산은 예고된 실패나 다름없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으로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만한 후보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섰고, 우리금융 사주조합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서는 못 사겠다며 예비입찰의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자 공자위는 인수할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입찰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입찰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처음부터 성사될 수 없는 방식의 민영화 방안을 내놓고, ‘역시 해보니까 안 되더라’는 식이다. 우리금융을 민영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와 조기(早期)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을 제시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민영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런 판국에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세워 민영화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은 사실상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금융 민영화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원칙인지를 다시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시일을 끌지 않고 우리금융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헐값 매각 시비를 불식하자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때문에 민영화 자체가 무산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오히려 우리금융이 국유은행으로 남아 있는 데서 오는 폐해가 더 크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적인 매각방안을 만들어 우리금융을 조기에 민영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