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어산지 “앞으로 더 빠르게 폭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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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간) 보석으로 석방된 어산지가 법원 앞에서 법원이 발부한 보석 허가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으로 외교전문을 더 빠르게 폭로하겠다.”

 미국의 외교전문을 공개한 폭로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39)가 17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 서퍽주(州)의 벙기 지역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는 “다시 배(위키리크스)의 지휘를 도우러 돌아간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없는 동안 보았듯이, 앞으로도 내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일이 잘 돌아가게끔 틀이 잡혀 있다”고 장담했다.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중상모략 작전이며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나에게 범죄 혐의를 씌워 이익을 얻고 이를 부추기며, 몰아붙이고 있는 개인과 국가, 세계 차원의 다양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런던의 구치소에서 나온 16일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스웨덴이 아니라 미국으로 보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법원의 보석 허가로 이날 석방됐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운명에 처해 있다. 영국 법원은 그에 대한 스웨덴 검찰의 범죄인 인도 요청 수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범죄인 송환 심리는 체포 후 21일 안에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어산지의 심리도 28일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스웨덴으로 추방되면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으로 보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외신은 미국에 그를 간첩죄로 기소할 수 있는 대배심이 꾸려졌다고 보도했다. 대배심은 일반인 16~2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그중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공소장을 낸다. 미국 법무부는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16일 미국 의회에서는 어산지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AP통신은 법률 전문가들이 간첩법은 1917년에 만들어진 낡은 법률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케네스 웨인스타인 검사는 “(간첩죄 적용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감안할 때 정부에게 너무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존 코니어스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도 “표현의 자유라는 신성 불가침의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기밀유출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미 육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22)과 어산지가 비밀 정보를 빼돌리는 데 공모했는지를 미국 연방검찰이 조사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매닝은 미 국방부 전산망에 오른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모아 위키리크스 측에 전달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군 검찰이 매닝에게 어산지와의 공모 사실을 시인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제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산지의 공범 혐의가 드러나면 미 법무부는 그에 대한 재판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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