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한국사랑은 "노래가 최고"

미주중앙

입력

2010 한국어 노래 경연대회에서 크리스틀 라이트 씨가 어머니의 애창곡인 노사연의 '만남'을 열창하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200여명의 관객들이 운집했다. 김상진 기자

평일 늦은시간이지만 LA한국문화원 3층 아리홀은 후끈 달아 올랐다. 객석(96석)은 일찌감치 꽉 찼다. 부랴부랴 간이 의자 50개를 들여 놓았다. 그래도 일부는 서있어야만 했다. 한국인들이 아닌 다른 민족들의 '2010 한국어 노래 경연대회'가 열린 날이다. 한류의 흥겨움이 출렁거렸다.

#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찢어진 청바지에 초록색 티셔츠. 그리고 갈색 모자를 눌러 쓴 크리스틀 라이트(24). 미 육군 출신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트는 무대 위에 올라 노사연의 만남을 열창했다. 노래를 R&B풍으로 재해석해 분위기도 색달랐다. 라이트는 "어머니의 애창곡이다"라며 "어렸을 적 어머니가 틀어놓으신 이 노래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를 그렇게 만났다.
# “소원을 말해봐 내게만 말해봐”

금발의 미녀 사라 에지(24)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도전했다. 노래방 기계에 맞춰 더듬더듬 가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노래 중간중간 "나 이 부분은 몰라요(I don't know this part)"라며 대신 ‘제기차기 춤’(소녀시대 안무)을 선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이었으면 “땡!”.

#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 토시 토다63)는 참가자중 최연장자다. 노래방 기계를 통해 가수 최성수의 '잊지말아요' 전주가 흘러나오자 뭔가 이상한듯 사회자에게 다가간다. 알고보니 신청곡은 백지영의 '잊지말아요'.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애절하게 흘러나왔던 노래다. “우리 이제 헤어지네요~” 한국 드라마 광팬이라고 했다.

# “넌 다시 나를 찾을꺼야”

짐승돌 2PM의 격정적인 반주가 흘러 나왔다. 남성도 소화하기 힘든 이 노래와 춤을 30대 여성이 도전했다. 주인공은 일레나 팩(35). 노래·춤·랩까지 2PM을 완벽히 재연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팩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2PM의 춤을 매스터했다. 1박2일과 뮤직뱅크를 즐겨본단다.

# “오늘 그녀를 만났어”

핑클 '루비'를 부른 제시카 미첼(31)은 노래방 기계에 나오는 가사를 볼 필요가 없다. 이미 구글을 통해 다 외웠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한인 2세인 남자친구가 추천해줬다. 미첼은 대회 전 30번 이상 이 노래를 연습했다. 그는 이번 곡으로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식 상품권과 함께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 “죽어도 못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16명으로 구성된 단체팀이 2AM의 히트곡 '죽어도 못보내'를 열창했다. 백인,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등 각 인종들이 모두 모인 이 팀은 율동까지 곁들이며 환상의 화음을 선보였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한인타운 노래방을 찾는다고 했다. 한류는 하모니였다.

2010년 12월, 한류는 모세혈관처럼 미국을 파고들고 있다.

LA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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