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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부채비율 200% 맞추기 시간싸움

중앙일보

입력

부채비율 2백% 감축 시한이 임박하면서 30대 그룹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일찌감치 기준에 도달한 삼성 등 4~5곳을 제외하곤 연말까지 피말리는 '부채와의 전쟁' 을 치뤄야 할 처지다.

남은 두달 남짓 내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규여신 중단 등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각 기업들은 외자유치와 부동산.보유주식 등 자산매각과 증자를 서두르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편으론 '불가피한 경우' 예외인정을 정부에 요구하지만, 최근 재계에 대한 정부 압박분위기로 볼 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바빠진 그룹들〓현대는 다음주 2주간 일정으로 박세용 구조조정본부장을 팀장으로 자동차.건설.전자.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사장.재무책임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투자유치단을 미국.유럽.동남아에 파견해 투자설명회를 갖기로 하는 등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해외 투자유치단을 보낸 LG는 연말까지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외자유치를 2~3건 성사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SK는 ㈜SK의 여의도 빌딩과 SK텔레콤의 서울역 빌딩 매각을 서두르는 한편, 일부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다.

쌍용의 경우 쌍용정유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2백40%로 낮추고, 서울 삼각지 그룹사옥 부지(2천억원 상당) 매각과 일부 계열사 증자로 목표에 턱걸이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97년 말 1천1백%를 웃돌던 부채비율을 2백%대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한 한화는 발전설비 부문 외자유치 등 막바지 감축 작전에 나서고 있다.

금호는 올 예상순익 4천억원으로 빚을 갚고, 아시아나항공의 코스닥 등록으로 3천7백여억원의 자본을 확충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복안.

효성은 합작 계열사인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지분 50%를, 코오롱은 신세기이동통신 지분(23.4%)을 조만간 매각키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대림은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조정과 외자유치 등으로 ▶한솔은 한솔PCS의 코스닥 등록 및 제지.전자 등의 증자로 ▶동양은 데이콤 지분과 마포 그룹사옥 부지 등 자산매각으로 ▶새한은 일본 도레이로부터 유치키로 한 5억달러 등으로 연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할 계획이다.

◇ 계획대로 잘 될까〓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자산매각.외자유치.증자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마다 유휴 부동산을 매물로 잔뜩 내놓았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

증시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증자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 지도 의문시되며 대우 사태로 해외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증폭돼 외자 유치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 예상되는 부작용〓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 또 헐 값에 회사를 팔다 보니 기업 손해는 물론, 국부(國富)의 해외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 전경련 이병욱(李炳旭)기업경영팀장은 "부채감축에만 매달리다 보니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향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며 "부채비율 낮추기의 근본적인 취지가 경쟁력 강화에 있는 만큼 기업 특성을 고려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수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 정부 입장〓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지난해말에 비해 5대 그룹의 경우 83.8%포인트, 6~30대 그룹은 74%포인트 떨어진 만큼 대부분 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2백%를 달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2백%를 달성 못할 경우 제재에 대해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연말부터 은행들이 기업의 장래 부채상환 능력까지 감안해 대출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제도를 도입하게 될 경우 부채비율 2백%가 대출여부를 결정할 유력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 2백%를 못맞춘다고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하지는 않겠지만 은행을 통해 자금줄을 죄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차진용.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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