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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휘부 공백 막자” … 하루 만에 속전속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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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부가 황의돈 육군참모총장 사퇴 하루 만에 후임 대장 인사를 단행한 것은 현재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 지휘부 공백과 군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기(사진) 제3야전군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에 내정하면서 그 후임으로 이홍기 합참 작전본부장을 진급시켜 발령하는 것으로 대장 인사를 매듭지어 규모를 최소화한 것도 한 맥락이다.

 국방부는 “김 내정자가 군에 대한 포괄적인 전문성과 강한 군 개혁 의지를 갖고 있고, 육군의 사기와 기강, 전투 의지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홍기 내정자에 대해서도 “작전통이자 야전 전투형 군인으로, 현재의 안보상황과 관련한 작전 대비태세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정됐던 중장급 이하 장성 진급 인사 외에 더 이상의 대장 인사는 없다”며 “육사 32기인 김 내정자가 취임한다고 해서 동기인 박정이 1군 사령관,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전역하거나 인사 이동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놓고 군에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지난 9일 한 언론에 황의돈 총장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의혹이 나왔을 때부터 육군 내부에선 ‘의도적 흔들기’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황 총장의 ‘빌딩 매입’ 문제가 8년 전의 일로 ‘생뚱맞다’는 것이다. 황 총장이 그동안 국방부 정보본부장, 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쳐 총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문제되지 않았던 사안이 군 정기 인사를 앞두고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김상기 사령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관진 장관의 군 개혁 의지가 그 누구보다 강하다. 믿고 맡긴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며 “‘황의돈 변수’는 느닷없이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편중 인사란 비판도 나온다. 김상기 총장이 내정되면서 육·해·공군 수뇌부가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김성찬 해군총장(해사 30기)은 경남 진해, 박종헌 공군총장(공사 24기)은 경북 포항 출신이다. 이홍기 3군 사령관 내정자도 경북 김천 출신이다. 권두환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군 인사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고 한다. 지역을 우선해서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 인사에서 지역 안배는 주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해왔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합참 작전본부장으로서 작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홍기 내정자에 대한 인사도 논란이다. 국방부 측은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당시 작전을 잘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야당 반응=야당은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김상기 3군 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되자 특정 지역 편중 인사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홍역을 치러서 잠깐 동안 지역과 학연 안배를 하는 듯싶더니 정권 말기 들어 편중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동지상고 후배를 육군참모총장 시키려고 8년 전 빌딩 산 것을 문제 삼아 (황의돈) 참모총장을 잘라버렸다”며 “육군·해군·공군 참모총장이 몽땅 경상도라면 말이 되느냐”고 날을 세웠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외형상 오해를 받을 만한 인사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끼리끼리 인사, 동아리 인사는 결국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정·신용호 기자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내정자 약력=경북 포항. 육사 32기, 합참 전략기획차장, 50사단장, 육군 전력기획부장, 특수전 사령관,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3군 사령관

◆이홍기 3군 사령관 내정자 약력=경북 김천. 합참 합동작전과장, 3군사령부 작전처장, 32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 6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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