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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 워치] 내년 코스피지수 2400 간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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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또 하나의 연례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내년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일이다. 지난주를 피크로 주요 증권사들이 2011년 주가 예측을 대충 마무리했다. 결론은 한결같이 좋아질 것이란 쪽이다. 대형 증권사 중 국내 7개, 해외 7개 등 14개사의 전망치를 모아보니 코스피지수가 내년 말께 2300~2400에 도달할 것이란 예상이 압도적이다.

 삼성증권이 2450을 전망한 가운데 우리투자·대우·현대·미래에셋 등은 나란히 2400을 제시했다. 외국계 증권사로는 UBS증권이 2500을, 골드먼삭스는 2450을 전망했다.

 지금보다 주가지수가 20%는 더 오를 것이란 얘기인데, 그렇다면 서둘러 주식을 사들여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투자자들은 ‘못 믿을 게 증권사 주가전망’이란 경험칙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증권사들의 전망에 실제 시장흐름을 대입해 보면 예상경로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 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야였던 2007년 말, 증권사들은 당시 19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다음 해엔 2300~24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게도 1100까지의 폭락이었다. 그래도 증권사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1년 뒤인 2009년 지수를 1400~1500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웬걸. 지수는 전망치를 크게 앞질러 1680까지 급등했다. 2009년 말 증권사들은 신중론으로 돌아서 올 최고 지수를 1750~1850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말을 앞둔 현재 지수는 2000 턱밑까지 도달했다.

 사례를 과거 10~20년으로 확장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증권사들의 예측치에 실제 지수가 도달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상하 200포인트 정도의 편차를 보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예컨대 지수 2000을 예상했다면 이보다 높은 2200으로 확 뛰든지, 1800 정도에 머물든지 둘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이런 경험을 내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전망치가 2300~2400이고 보면 실제 지수는 2500~2600 정도까지 더 크게 오르든지, 2100~2200 정도에 걸리든지 둘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하겠다.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를 낙관하는 근거는 한마디로 ‘신 골디락스 경제’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도 완연한 회복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덕분에 인플레 없이 넉넉한 유동성 공급을 계속 즐기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10%대의 안정적 이익 신장세를 올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실적 장세와 유동성 장세의 특성을 동시에 맛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내년엔 모처럼 증권사들의 시장 전망이 딱 들어맞는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광기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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