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원전주 … “일희일비하기엔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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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원자력발전 관련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고민이 많다. 해외 원전 수주가 난항을 겪자 주가가 급락했다가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에 상승세를 타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4일 리투아니아 원전 수주 입찰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6일 원전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한전기술의 주가는 8.91% 급락했다. 하지만 7일 열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2024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4기를 신설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원전 관련주는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갈팡질팡하는 주가에 투자자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원전주에 대한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원전 수출 대상국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국내 원자로 건설 수요도 충분해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2007년 전 세계 원전 발전용량이 372GW인데, 2030년까지 376GW의 원전 발전 시설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이재원 연구원은 “아직 원전 르네상스는 시작도 안 됐다”며 “공사 단가나 원전 가동의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는 만큼 작은 난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를 포함해 연간 3~4기 정도의 원전만 지으면 관련 기업의 실적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LIG투자증권의 정유석 연구원도 “말레이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15개국가량이 원전 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된다”며 “202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가를 끌어내렸던 리투아니아 원전 입찰 취소, 터키와의 협상 결렬이 원전주에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리투아니아와 터키 원전 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원전주 가격에 영향을 주겠지만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옳은 결정”이란 분석을 내놨다. 국내 원자로 건설 수요가 충분한 만큼 위험한 사업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터키와의 협상도 완전히 결렬된 것이 아닌 만큼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필요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의 정민규 연구원은 “터키 원전의 최대 쟁점은 원전 건설에 투입된 외부 자금을 갚는 데 들어갈 ‘전력 판매 요금’이었다”며 “결국 비용 문제가 중요한 만큼 일본에 비해 원전 단가가 싸고 효율성에서도 앞선 한국형 원전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가동률은 93.3%로 세계 평균(79.4%)과 일본(59.2%)에 비해 앞서 있다. 원전 건설단가에서도 한국은 ㎾당 2000달러로 일본(3582달러)에 비해 낮다.

 그럼에도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의 주익찬 연구원은 “리투아니아 원전 수주 입찰 철회 등으로 연평균 3~4개의 원전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던 기대치를 연평균 2개로 낮춰 잡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출렁하는 중소형 원전주 투자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정민규 연구원은 “해외 원전 수출에 성공하더라도 원전 관련 중소형 기업은 경쟁을 통해 납품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수혜를 볼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원전 테마주로 분류되는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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