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뉴라운드협상 공조구축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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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회의(ASEM) 경제장관 회담에 참석한 25개국 대표들은 10일 다음달 30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 공동전선 구축방안 마련에 끝내 실패했다.

ASEM 경제장관 회담 의장국인 독일의 베르너 뮐러 경제장관은 이날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폐막 의장성명에서 아시아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WTO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 `광범위한 이견'을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아시아 10개국과 EU 15개국 대표들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개도국의 기본노동권을 연계시키자는 EU의 `블루라운드' 제안을 논의했으나 보호주의나 통상압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아시아측의 반대로 합의를 이끌지 못했다.

이들은 또 지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정한 협상 의제인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 이외에 외국인 직접투자, 경쟁분야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제를 설정하고 일괄타결방식을 채택하자는 아시아측의 제의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와 관련, 라피다흐 아지즈 말레이시아 무역장관은 "현재로서는 WTO 뉴라운드협상의 의제가 난마처럼 얽혀있다"고 지적하고 "다음달 뉴라운드 협상을 시작하기보다는 내년 중반께로 연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지금은 뉴라운드 협상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 아시아 경제위기 탈출과 경제회복,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행 문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뉴라운드협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말레이시아의 입장에 공감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시애틀 뉴라운드 협상을 당초 예정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미국과 EU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국가는 아시아측에서 일본과 싱가포르등 2개 국가에 불과했다.

일본도 뉴라운드 협상 의제와 관련, 반덤핑 규제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뉴라운드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의제를 농업과 서비스 분야로 국한시켜야 한다며 이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WTO 뉴라운드 협상 의제와 일정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뉴라운드 협상 자체를 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명했으며 협상에서 개도국의 참여 기회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특히 저개발국들이 다자간 무역체제에 편입되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것을 촉구하는 한편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저개발국들의 모든 수출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밖에 지난 97년 제1차 ASEM 정상회담 이후 아시아와 유럽간 교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환영하고 무역원활화행동계획(TFAP)과 투자촉진행동계획(IPAP)에대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함을 재확인했다.

한편 각국 경제장관들은 다음번 ASEM 경제장관 회의를 오는 2001년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회의 결과는 내년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ASEM 정상회담에 보고하기로 했다.[베를린 AFP·d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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