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참다랑어 뱃살, 혈관에 좋은 지방 많지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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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18면

‘여름 가다랑어, 겨울 참다랑어’란 말이 있다. 참다랑어는 겨울(12∼2월)이 제철이다. 이 시기에 지방 함량이 최고여서 맛이 고소하고 깊어진다. 겨울에 잡은 참다랑어의 뱃살 100g당 지방 함량은 38.9g으로 봄(21.3g)·여름(5.8g)·가을산(16.8g)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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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살의 지방 함량도 겨울(100g당 4.3g)·봄(2.4g)·가을(1.4g)·여름산(0.8g) 순이다.
겨울에 포획한 참다랑어 뱃살엔 지방이 돼지고기 삼겹살(28.4g)보다 많다. 다행히 삼겹살(대부분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 지방)과는 달리 참다랑어 뱃살의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지만 지방 1g당 9㎉의 열량을 내는 것은 삼겹살·참다랑어가 다를 바 없다.
참다랑어(일본명 마구로)는 다랑어류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길이 4m, 무게 500㎏까지 자라서 별칭이 ‘점보 다랑어’다.

등 쪽은 진한 청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띠는 등 푸른 생선이다. 영문명도 ‘bluefin tuna’(푸른 지느러미 다랑어)다. 대개 횟감·초밥용으로 사용한다.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가다랑어(일본명 가쓰오)다. 길이 1m 이하, 무게 2~10㎏로 다랑어 중에선 소형이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참치 캔엔 대부분 가다랑어가 들어간다. 여름에 잡은 것이 맛이 뛰어난데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황다랑어는 초밥이나 고급 참치 캔에 쓰인다. 참다랑어보다 지방이 적어 맛이 떨어진다. 눈이 큰 것이 특징인 눈다랑어는 참다랑어의 맛이 떨어지는 봄철이 끝날 무렵에 초밥 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날개다랑어는 육질이 흰색에 가까워 ‘바다의 닭고기’라고 불리며 캔·스테이크·양념구이로 주로 먹는다. 미국에선 참치 캔에 날개다랑어만 사용이 가능하다.

다랑어는 흔히 우리가 참치라고 부르는 생선이다. 농어목 고등어과에 속하는 해양 생선으로 상품성을 지닌 것만도 23종에 달하며 이 중 10여 종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다. 다랑어에 참치라는 별칭이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1957년 인도양에 처음 진출한 선원들이 참다랑어를 먹어보고 매료됐다. ‘진짜 고기’라고 여겨 참 ‘진’(眞)에 맛있는 생선에 붙는 ‘치’를 합해 진치라고 명명했다. 그 후 어감상의 이유로 진치 대신 참치라고 바꿔 불렀다. 참치는 친숙한 명칭이지만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다.

참치가 붉게 보이는 것은 어육에 마이오글로빈(근색소)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다. 그만큼 상하기 쉽다. 게다가 사후에 체온이 50도까지 오르면서 체색이 점차 검게 변한다. 참치를 잡는 즉시 머리·내장을 제거한 뒤 -60도 이하에 냉동 저장하는 것은 이래서다.

참치 캔이 발달한 것도 참치의 부패가 빠르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참치 캔은 1903년 제조되기 시작했고 국내엔 82년에 첫선을 보였다.
참치는 대부분 캔·횟감·초밥용으로 소비된다.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하는 일본인이 전 세계 참치회의 87%를 섭취한다. 다음은 미국(7%)·한국(3%) 순이다. 일본은 2002년 참다랑어의 대규모 양식에도 성공했다.

주로 먹는 부위는 몸통이다. 참치를 가로로 한 번, 세로로 두 번 잘라 6등분 했을 때 앞쪽 뱃살과 중간 등살이 가장 인기 있는 부위다. 앞쪽 뱃살(오도로)은 참치회 중 최고로 친다. 중간과 꼬리 쪽 뱃살(주도로)도 쇠고기처럼 지방이 어육에 골고루 퍼져 있다.

참치의 별명은 ‘대양의 항해자’ ‘바다의 포르셰’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심지어는 밤에도 잠든 채로 유영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수영 속도도 시속 70㎞에 달한다.

영양적으론 고단백질, 고오메가-3 지방, 고비타민 D 식품이다.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익하고 비타민 D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히 하는 비타민이다.

참치는 대형 어류인 만큼 생물농축 현상(먹이사슬의 위쪽으로 갈수록 오염도가 높아지는 것)에 따라 카드뮴 등 중금속 함량이 높을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4년 3월 임신부·수유부·어린이에게 참치나 육식성 어류의 섭취를 제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이래서다.

황새치·청새치·녹새치·백새치·돛새치 등 새치류는 다랑어와 맛이 비슷해 ‘참치의 아류’로 불린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녹새치나 백새치·황새치는 크기가 참다랑어에 버금갈 만큼 대형 어류다. 새치류도 생선회로 많이 사용되나 지방이 적어 맛은 다랑어보다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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