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강 살리기 적법” 판결 … 소모적 논쟁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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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착공 이후 33.9㎞의 바닷길을 가로막는 물막이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2006년 3월 대법원에서 ‘사업 속행’ 판결이 나오기까지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는 3년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다 2006년 6월 대법원의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국책사업이 환경지상주의에 발목이 잡혀 표류한 대표적인 사례다. 새만금 방조제는 올 4월 준공됐고, 천성산 터널은 올 11월 개통됐다. 그토록 떠들썩하던 환경 논쟁은 이제 잠잠해졌다. 몰살된다던 천성산의 도롱뇽은 변함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지연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오롯이 국민 세금만 축냈다.

 ‘한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이른바 ‘4대강사업 국민소송단’이 낸 소송도 같은 맥락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어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한 보(洑)에 대한 판단은 관심을 끈다. 재판부는 “보 설치가 용수(用水) 확보라는 목적에 적합하다”며 “보 때문에 수질이 나빠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팔당댐 건설이나 양재천 생태복원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생물 다양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단양쑥부쟁이 등 희귀 생물종은 이식이나 증식 계획이 수립돼 생태계 파괴를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홍수 위험이 증가하고, 수질이 나빠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고용창출 등 사업성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排斥)한 것이다. 오히려 사업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4대 강 사업이 소모적 논쟁의 굴레를 벗고 원활하게 진행돼 성공리에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러나 소송단이 항소할 뜻을 밝히고 있어 천성산·새만금의 전철(前轍)을 밟을까 걱정이 앞선다. 개발 논리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안 없는 환경지상주의도 절제돼야 마땅하다. 환경단체들의 합리적이고 성숙한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