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한국프로야구 위상 한단계 높였다.

중앙일보

입력

삼성 이승엽은 '99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아시아홈런기록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한단계 높이며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국내야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 두산의 우즈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42개)을 훨씬넘은 54개의 홈런을 터뜨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도 각각 18명과 5명 밖에 도달하지 못한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홈런포에 힘입어 루타, 득점, 타점, 사사구 등의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워타격의 역사를 새로 썼고 무엇보다 박찬호, 선동열, 이종범 등 해외파에 가려 침체에 빠졌던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 회복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승엽은 이런 역할에 걸맞게 명예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국내 최고의 프로선수가 될 전망이다.

8월2일 43호 홈런으로 국내 기록을 깨트린 이승엽은 9월2일 50호 고지에 올랐으나 54호로 시즌을 마감, 지난 64년 왕전즈(왕정치)의 일본기록(55개)도전에는 실패했지만 국내 야구 수준을 일본과 비슷한 반열에 올려 놓았다.

132경기에서 54개의 홈런을 뽑은 이승엽(0.410개)은 평균 홈런수에서는 140경기에서 55개를 친 왕전즈(0.392개)보다 앞서 실질적인 아시아 홈런왕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또 용병 홈런 타자들의 틈바구니속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해 토종 선수의 자존심도 지켰다.

23살로 데뷔 5년째인 이번 시즌까지 통산 146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 매시즌 평균 40개씩의 홈런을 친다고 가정해도 앞으로 10년안에 통산 500홈런을 넘을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 통산 500홈런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120년 전통을 가진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500홈런을 넘은 선수는 16명 뿐이고 60년 역사를 가진 일본도 7명 뿐이다.

홈런 뿐만 아니라 355루타, 126득점, 123타점, 124사사구를 기록하며 이 부문시즌 기록을 모두 갈아치워 명실상부한 이번 시즌 최고의 타자가 됐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이승엽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야구장에서 멀어져 가던 관중들의 발길을 다시 돌려 세웠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관중은 이승엽의 홈런 행진 등에 힘입어 대구에서 만원 11차례를 비롯, 320만명을 넘어서 지난 95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을 불어 넣은 그에게 금전적으로도 최고의대우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즌 1억1천만원의 연봉을 받은 이승엽은 이미 홈런 상금과 광고 수입으로적잖은 돈을 벌었고 내년 연봉도 국내 프로선수중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스타 가운데 프로축구의 김병지(울산)와 프로농구의 이상민(현대) 서장훈(SK)이 2억2천만원으로 최고 연봉을 기록하고 있어 이승엽의 내년연봉은 최소한 3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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