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평가 거부한 교육청 예산 덜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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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국가단위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는 시·도교육청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적게 받게 될 전망이다. 학교별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에 따라 교사가 받는 성과급에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일 발표한 ‘단위학교 자율역량강화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 대책에는 직선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하고 학교장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과 전교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시·도 교육청의 교육성과를 평가해 보통교부금 교부기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준은 ▶학업성취도평가 기초학력 미달학생 감소 정도 ▶사교육비 절감률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 등이다. 이 장관은 “교육청이 특정 분야에 편중해 예산을 투자하지 않도록 저소득층 학비 지원, 유아교육, 교육복지 등 분야별 필수 지원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방교육재정을 분석·진단한 뒤 그 결과를 예산 지원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내년에 교육청별 성과에 따라 보통교부금 4000억원을 차등 배분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럴 경우 다른 교육청보다 예산을 200억~300억원가량 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상급식을 추진하려고 다른 교육예산을 깎는 것도 교과부가 예산 편중 편성을 막기로 해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학교별 성과급’ 도입 방침도 밝혔다. 교원 성과급 예산의 10%인 1400억원을 내년에는 학교별 성과를 평가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평가에는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와 방과후 학교 참여율 등의 지표가 반드시 반영되도록 했다. 교과부 전진석 교원단체협력팀장은 “좋은 평가를 받은 학교 교사와 반대 학교의 교사 사이에 20만원가량 성과급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지 않는 학교는 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고 학교장이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대해 서울(곽노현)·경기(김상곤) 등 친전교조 성향 교육청들은 “직선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것은 교육자치의 기본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 학교를 점수 올리기 경쟁 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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