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다음 표적이 BO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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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극비문서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월가가 떨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다음 표적이 자산기준 미국 최대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란 소문 때문이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월가 대형은행 한 곳의 내부 정보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게 계기다.

 어산지는 포브스에 폭로 대상이 어느 곳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산지가 지난해 10월 정보기술(IT) 전문잡지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BOA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현재 BOA 임원 컴퓨터에서 5기가바이트(GB) 분량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통째로 공개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해선 얘기될 만한 것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엔 위키리크스가 민간기업 관련 문서를 폭로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의 인터뷰는 덮였다. 하지만 “월가 은행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어산지 인터뷰가 나오자 그의 과거 발언이 뒤늦게 국제금융가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BOA도 내부적으론 위키리크스가 어떤 자료를 입수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정보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에선 BOA가 메릴린치를 합병한 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의 정보가 나간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BOA의 메릴린치 합병은 이미 뉴욕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적도 있다. 아직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에서 돌출 변수가 나오면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당시엔 BOA뿐 아니라 대부분 월가 은행이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이다. 월가는 자칫 비난의 화살이 전체로 날아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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