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매일 신문의 칼럼과 사설을 오려 아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저녁 때는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습관은 고교생 때까지 이어졌다. 신문 두 부를 정기구독하며 아이와 함께 토론해 주는 것이 가난한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사적인)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는 지난해 고려대 수시전형에서 논술 우선선발 전형으로 합격(경영학과)했다. 일반고에 다니던 큰딸이 사교육 한 번 받지 않고 이룬 쾌거였다.
1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사교육 없는 자녀 교육 성공사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된 한희석(48·서울 종로구)씨의 자녀교육 스토리다. 한씨가 밝힌 노하우는 ‘신문 읽기’. 중앙일보 등 일간지 두 부를 정기구독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기자나 각계 전문가들이 사실과 의견을 담는 칼럼이 가장 훌륭한 교재였다는 것이다. 경제·문화·환경 등 아이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을 골라 읽혔다. 한씨는 “중앙일보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큰딸이 초등생일 때 실직했다. 아내가 “어려운 형편에 신문 두 부를 계속 보는 것은 사치”라며 끊자고 해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한씨가 고집해 ‘신문 교육’은 계속될 수 있었다. 중1 때 반에서 27등이던 성적이 중3 때는 전교 5등으로 뛰었다.
한모(18)양은 “중앙일보는 같은 사건에 대해 여러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해 준다”며 “내 생각을 정할 수 있는 선택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져 논술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