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화가 뷔페 자살

중앙일보

입력

날카로운 검은 선과 여위고 창백한 인물 그림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가 4일 자살했다. 향년 71세.

뷔페는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 께 프랑스 남부 바르 지방 투르투르의 자택에서숨진채로 발견됐는데 자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51년간 뷔페와 함께 일해온 화랑 경영인 모리스 가르니에는 뷔페가 최근 몇년간 파킨슨 병을 앓아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미 20세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막대한 부를 쌓은 뷔페는 추상화가 휩쓸던 시기에 구상화 옹호에 나서는등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다작으로 유명한 뷔페는 정작 프랑스 화단에서는 철저하게 혹평을 받아왔다. 현대 미술품 수집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 현대미술관은 뷔페의 작품은 일체 사들이지 않았다
.
그러나 뷔페는 외국에서는 명성을 누렸다.

특히 일본에서는 인기가 대단해 뷔페미술관만 2곳이 있으며 이중 한 곳은 뷔페작품 600점 이상을 소장하고있다.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도 방 하나 전체를 뷔페의 `피에타'에 할애하고 있다.

지난 91년 뷔페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에서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회고전을 갖기도했다.

1928년 7월 10일 파리에서 출생한 뷔페는 국립미술학교(아카데미 데 보자르) 를 졸업했다.

1946년 뷔페가 자화상으로 평론가들의 주목을 끈 이후 개인 화상들은 앞다투어 그의 정물화, 도시 풍경, 초상화들을 사들였다. 뷔페는 이듬해 프랑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그가 주로 다룬 소재는 서커스, 뉴욕, 새, 교회, 부인인 아나벨의 초상. 일부평론가들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뷔페가 "작품 소재가 반복적이며 지나치게 다작"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한편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뷔페의 사망 소식에 슬픔을 표하고 그가 "자신이 살던 시대를 엄청난 열정으로 표현"하려 했으며 "전후 프랑스의 비참함과 고통,가난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아나벨과 세 자녀가 있다.

[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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