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서해 5도 전력 강화 서두르되 치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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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사건 이후 서해 5도에 대한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긴급히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해 5도 지역의 전력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구축하라고 지시한 직후 국방부는 지난주 내년도 국방예산에 2636억원을 추가한 예산안을 제출했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한 술 더 떠 증액하라며 되돌려 보냈다. 그에 따라 국방부는 단지 며칠 만인 29일 1920억원을 늘려 4556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국방부 요구 예산에는 육군이 보유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를 연평도 등지에 긴급 추가 투입하는 등 다양한 전력 증강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군 동굴 해안포를 무력화하기 위한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도입, 북한 도발을 정밀 감시하기 위한 레이더 등 각종 감시장비 추가 배치도 포함돼 있다. 북한의 후속 도발 가능성이 큰 데 비해 그동안 서해 5도에 주둔한 해병대의 전력이 지나치게 약한 상태로 방치돼 왔다. 그 취약한 실상이 이번 연평도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시급한 전력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 국방부 예산안이 졸속으로 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국회 국방위 논의에서 일부 의원은 K-9 자주포 지원을 위한 탄약차량을 면적이 좁은 연평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등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군 진지 등을 대규모로 구축하는 계획에 대해 내년 1년 동안 과연 실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해 5도 지역을 군사전략상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작정 각종 무기체계를 투입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북한 황해남도에 바짝 붙어 있는 서해5도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유사시 평양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게 전략상 맞다고 주장한다. 또 이 지역에 주둔한 해병대 병력을 북한 지역에 상륙시키는 등의 작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서해 5도가 북한에 의해 점령당하면 중거리 미사일 등은 거꾸로 우리의 수도권 공격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서해 5도 전력 강화가 시급한 만큼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최대한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전력 강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우리의 응전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해 보다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긴급히 투입된 K-9 자주포 부대와 MLRS 부대는 지상의 육군 전력을 이동 배치한 것이다. 단기에 신규 배치된 육군 전력과 기존의 해병대 전력 사이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분담돼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6·25 이래 처음으로 북한이 우리 영토를 대규모로 공격한 뒤여서 다급하고 황망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냉철하고 치밀한 대응이 절실하다. 군 당국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 대응하면서도 한층 더 의연하고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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