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 9명 … 유럽 잡으면 승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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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드컵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가할 22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은 서로 친분관계로 얽혀 있다. 대부분 10년 이상 재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유치위 관계자는 “서로 잘 알다 보니 마지막까지 극심한 눈치를 보며 투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994년부터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몽준 FIFA 부회장은 한국의 고정표다. 경쟁국들도 집행위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오구라 준지,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함맘, 미국의 척 블레이저 등이다. 호주만 집행위원이 없다. 정 부회장은 오구라·함맘 등과 아시아 연대 구축을 제의했다. 1차 투표에서는 표가 분산되겠지만 2차 이후에는 아시아 표를 결집하자는 취지다.

 카메룬 출신의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은 2002년 월드컵 때도 한국을 지지했다. 정 부회장은 하야투를 비롯한 자크 아누마(코트디부아르)·하니 아보 리다(이집트) 등 3명의 아프리카 표가 한국에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행위원 9명이 몰려 있는 유럽을 잡아야 한다.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유럽축구연맹 회장은 지난 3월 방한 때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집행위원은 2006년 월드컵 유치 당시 한국의 지원을 받은 후 친한파로 분류되고 있다. 또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29일 ‘한국의 월드컵 개최가 남북 화해와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블라터 FIFA 회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블라터 회장이 우회적으로 한국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데다 그의 의향이 집행위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 유치위는 블라터 회장의 발언을 반기고 있다. 며느리가 한국인인 앙헬 마이라 비야르 스페인 축구협회장과 잭 워너 북중미-카리브해연맹 회장도 한국과 친분이 두텁다. 히카르도 테이세이라(브라질)·니콜라스 레오스(파라과이)·훌리오 그론도나(아르헨티나) 등 남미 집행위원들은 친일본 성향이었다. 한국 유치위는 일본이 일찌감치 탈락하면 이들도 한국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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