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정시모집 당락은 에세이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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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중순이면 미국 주요대학 수시모집 지원결과가 나온다. 12월 말에 집중되는 정시모집 지원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당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에세이를 최종점검하고 지원대학별 특성에 맞게 세부적인 내용을 갖춰야 할 때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과 합격 사례

지난 해 8월 고3인 A군은 고려대 화학공학 실험실에서 고구마의 사포닌 성분을 조사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평소 과학실험에 관심이 많았던 A군은 실험시설이 필요할 때면 이렇게 대학을 직접 찾곤 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A군은 과학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10여 명의 대가족과 함께 성장했던 경험은 협동심과 봉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과학지식을 소외계층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교에 입학 후엔 근처 시골학교의 초등학생들을 위해 과학실험 보조교사 활동을 꾸준히 했다. 친구들과 봉사클럽을 만들고 과학실험교재도 제작해 수업에 활용했다. A군은 MIT 지원 에세이에 이런 고교생활을 꾸밈 없이 녹여냈다.

#엠허스트(Amherst) 대학 합격 사례

고교 3학년 여름방학에 B군은 학교 인근의 군청과 면사무소를 하루 걸러 들르며 회의를 했다. B군의 제안으로 시작돼 학교 친구들이 함께 준비한 다문화가정 초청 문화제 때문이다. 평소 청소년의 사회참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B군은 국제평화운동단체와 연계해 청소년국제봉사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런 B군의 생각은 중학교 때 경험에서 나왔다. 인근지역과 비교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많았다. 밥을 굶는 친구 등 가난을 눈으로 보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B군은 엠허스트대 지원에세이에서 중학교 때의 경험을 많이 다뤘다. 고교 입학 후 사회참여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보여줬다.

혼자 뛰어난 능력보단 팀 이끄는 리더십이 중요

용인외고 김묘중 국제부장은 “미국대학은 전공관련 학업능력보다는 잠재력과 창의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학사정관제가 학업계획서를 중요하게 반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무계열·무전공 지원이 일반적인 지원방법 중 하나다. 어떤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소화해낼 수 있는 밑바탕의 능력을 본다. 잠재력과 창의력은 리더십평가로 이어진다. 김 부장은 “실적 위주로 임원경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결성하고 결과를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의견을 조율해 새로운 결과로 이끄는 능력,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팀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행동을 중요하게 본다.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생보다는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동을 이끌어내는 ‘행동형 수재’를 리더십의 핵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운동 동아리의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도 좋은 에세이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학교축제 등에 적극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해보는 경험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특징이 녹아나는 대학별 에세이

지원자의 인성가치관을 자유주제로 표현하는 공통에세이와 달리 대학별 에세이엔 학교의 특징이 녹아나기도 한다. 다민족사회라는 특징 때문에 다양성과 다원주의에 대한 주제 에세이가 많다. 김 부장은 “다양한 인종민족 사이에서 공통된 의견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바로 미국적 리더십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스탠포드대에선 ‘너의 미래의 룸메이트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에세이 주제가 주어지기도 했다. 대학별 에세이는 지원대학 홈페이지에서 최근 기출문제를 뽑아 볼 수 있다.

지원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자세히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심국제고 김보영 미국대학진학지도교사는 “미국대학은 대학별로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다”며 “학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계열무전공 지원과 달리 전공을 정해 지원하는 경우엔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펜 와튼스쿨은 경영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학부에 적용할 만큼 실용적이 현실적인 연구를 중요시한다. 고교시절 창업에 도전했다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경험 등 실용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상을 요구한다. 반면 콜롬비아대는 인문·사회과학 연구가 발달했다. 차분하고 분석적인 수재형 인재를 선호한다.

김 교사는 “지원 대학의 홈페이지에 수록된 교육과정, 인재상, 입학관계자의 설명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권했다. 지원대학이 다른 대학에 비해 강점을 가진 분야나 특별한 프로그램, 주요 연구주제 등에 대해 정리한다. 지원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역사와 중요 명소, 축제 등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다. 역사적 박물관이나 흥미 있는 마을 축제 등을 알아보고 언급해주면 그만큼 대학에 대한 애착을 표현할 수 있다.

# 에세이 작성할 때 유의할 점

-자신의 경험담 등 진솔한 소재로부터 출발한다.
- 단순히 성과를 나열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무리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 경험 속에서 느낀 점, 인생가치관의 변화, 그 후의 행동 등 자신의 변화를 보여줘라.
- 팀 활동을 소재로 쓸 땐 팀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를 보여라.
- 자신의 단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타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피한다.
-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남의 주장과 융합 할 줄 아는 지혜를 보여라.
- 대학별 에세이는 지원대학 기출문제를 참고해 출제경향을 파악해라.
- 지원대학의 인재상, 교육과정, 장단점, 연구분야 등 구체적 정보를 수집해라.
- 지원대학의 장점만을 나열하지 말고,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내가 적합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라.

[사진설명] 하버드·콜롬비아 등 미국 대학 정시모집에선 에세이가 중요하다.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임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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