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공격 북한 옹호한 글 올린 친북 사이트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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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찰청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찬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황길경(온라인 필명)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뿐 아니라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황씨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http://cafe.naver.com/kocoree)’의 매니저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찬양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 관련기사 보기

 황씨는 지난달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자 “기백의 김정은 대장의 공식 출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후에는 “김정은 대장이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무력으로 확인해준 사건”이라며 이번 공격이 제2의 6·25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미가 담긴 글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는 물론이고 북한 지령을 받고 한국 사회에 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지, 혹은 한국의 정보를 모아 북한에 보낸 적이 있는지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씨의 신분과 거주지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황씨가 어떤 이유로 누구와 함께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황씨는 국내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남성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황씨 외에도 종북(從北)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이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심도 있게 수사하고 있는 대상이 황씨 외에 여러 명 된다”며 “국정원 등 대공기관과 함께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 한 곳 수사에 3~4개월”=경찰은 국내에서 접속할 수 있는 종북 사이트가 ‘민족방위사령부’ 외에 1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도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이트는 대부분 폐쇄되지 않고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한 곳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개월간 면밀한 자료 축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경찰청은 ‘조국통일 범민족 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범청학련)’의 사이트(bchy.jinbo.net)를 폐쇄했다. 국내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친북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는 이유로 차단한 첫 사례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종북 사이트 60곳을 차단한 바 있다.

 경찰이 범청학련 사이트를 폐쇄할 때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올라온 1만5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친북 게시물을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 확보 차원에서 사이트를 바로 폐쇄하기가 쉽지 않다”며 “또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작정 폐쇄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 북한 찬양에 현혹될 만큼 우리 국민 의식이 낮지 않다”며 “게시물을 본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한 체제를 혐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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