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복지시설 … 지자체 허리 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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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1일 전북 완주군 용진면 성심너싱홈. 할머니·할아버지 10여 명이 거실에서 물리치료사와 함께 콩 고르기 놀이를 하는가 하면 고리 던지기를 하고 있었다.

치매·중풍 질환자 등 58명이 생활하는 이 노인요양원은 지상 3층, 건축연면적이 1600㎡다. 산책로·원두막까지 갖췄다. 직원도 요양사 22명과 간호사·치료사 등을 합쳐 36명에 이른다.

 한인철 원장은 “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험금과 환자가족 부담금 등을 합쳐 월 8000만~9000만원으로 빠듯하게 운영한다”며 “최근 소규모 요양원·재가시설 등이 급증하면서 환자 유치 경쟁이 벌어져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둔갑시키거나 유령 환자 명단을 만들어 요양보험금을 타먹는 행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장애인 등을 돌보는 사회복지생활시설을 마구 짓는 바람에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들에게 운영비 등을 지원하느라 지방자치단체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노인·장애인·아동·정신요양자 등이 사는 사회복지시설이 전북지역에는 329개가 있다. 총 1만29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지만, 현재 수용 인원은 9900여 명이다. 입소율이 76%에 그친다. 심정연 전북도 복지여성국장은 “복지시설이 3년 전에 이미 100% 충족돼 신축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시설의 경우 공급 초과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 노인요양원과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시설이 최근 2년 새 316개에서 1150개로 늘었다.

 시설비·운영비 지원이 시설 난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법인 요양원은 신축·증축 때 비용의 100%(국비· 지방비 각각 50%)를 지원한다. 노인시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1인당 97만~120만원(자부담 15~20%)을 지원받는다. 노인 30명을 돌보는 요양원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한 달에 3000만원 안팎을 받는 셈이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복지시설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 시설 수를 늘려 나가는 ‘복지사업 기술자’도 있다”고 말했다.

 ◆허리 휘는 지자체=전북도의 경우 2010년 사회복지예산이 1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전체 예산(3조7500억원)의 34%에 가깝다. 2004년 6136억원이던 게 6년 만에 배로 늘었다. 노인복지 분야에만 연간 2600여 억원을 쓴다.

 복지사업에 투입되는 지방비 부담이 많아 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살리기 등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최근 무주 회의에서 2005년 지방으로 이양된 67개 복지사업을 국가지원 사업으로 환원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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